공야장편 25장
顔淵·季路侍, 子曰 “盍各言爾志?”
안연 계로시 자왈 합각언이지
子路曰 “願車馬衣裘, 與朋友共, 敝之而無憾.”
자로왈 원거마의구 여붕우공 폐지이무감
顔淵曰 “願無伐善, 無施勞.”
안연왈 원무의선 무시로
子路曰 “願聞子之志.”
자로왈 원문자지지
子曰 “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
자왈 노자안지 붕우신지 소자회지
안연과 계로가 공자를 모시고 있었는데,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각자 자신의 뜻을 말해 보지 않겠느냐?"
자로가 말하였다.
"수레와 말과 좋은 털가죽 옷을 벗들과 함께 나눠 쓰다가 그것들이 못쓰게 되더라도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자 합니다."
안연이 말하였다.
"잘하는 것을 자랑하지 않고 공로를 과시함이 없도록 하고자 합니다."
자로가 여쭈었다.
"선생님의 뜻을 듣고 싶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노인들은 편안하게 해 주고, 벗들은 신의를 갖도록 해주고, 젊은이들은 감싸 보살펴 주고자 한다."
* 顔淵(안연):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 淵(연)은 그의 자.
- 顔(낯 안)
- 淵(못 연)
* 季路(계로):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 季路(계로)는 50세가 되면 백(伯)·중(仲)·숙(叔)·계(季)의 항렬과 자(字)를 사용하는 옛날의 예법에 따른 호칭이다.
- 侍 (모실 시)
* 盍各言爾志(합각언이지): 어찌하여 각자 너희들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가, 각자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아라.
- 盍(盍 덮을 합, 한단 갈): 어찌 ~하지 않는가. 何不(하불)과 같다.
- 爾(너 이/꽃 많고 성한 모양 이): 이인칭대사.
* 車馬衣裘(거마의구): 거마와 의복.
- 衣裘(의구): 원문에 衣輕裘(의경구)로 되어 있는데 輕(경)은 잘못 끼어들어간 글자임에 틀림없으므로 여기서는 뺐다. 衣裘(의구)는 의복의 통칭.
- 裘(갖옷 구)
- 敝(해질 폐, 절뚝거릴 별)
- 憾(섭섭할 감, 근심할 담)
- 伐(칠 벌)
* 老者安之(노자안지): 늙은이들은 그들로 하여금 편안하게 하다. 윗사람에게는 봉사하겠다는 뜻이다.
- 安(안): 형용사가 사역동사로 전용된 것.
- 之(지): 老者(노자)를 가리키는 인칭대사. 강조 효과를 위하여 老者(노자)를 앞으로 내세우고 그 자리에 다시 인칭대사를 쓴 것.
* 朋友信之(붕우신지): 친구들은 그들로 하여금 (나를) 믿게 하다. 동년배에게는 신의를 얻겠다는 뜻이다.
- 信(신): 믿게 하다. 일반 타동사가 사역동사로 쓰인 것. 많지는 않지만 일반 타동사가 사역동사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 之(지): 朋友(붕우)를 가리키는 인칭대사.
* 少者懷之(소자회지): 젊은이들은 그들로 하여금 (나를) 따르게 하다. 아랫사람에게는 존경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뜻이다.
- 懷(품을 회)
- 之(지): 少者(소자)를 가리키는 인칭대사.
# 논어집주 해석
顔淵과 季路(子路)가 孔子를 모시고 있었는데, 孔子께서 “어찌 각기 너희들의 뜻을 말하지 않는가.” 하셨다.
子路가 말하였다. “수레와 말과 가벼운 갖옷 입는 것을 친구들과 함께 해서 해지더라도 유감이 없고자 합니다.”
顔淵이 말하였다. “자신의 잘함을 자랑함이 없으며 공로를 과장함이 없고자 합니다.”
子路가 “선생님의 뜻을 듣고자 합니다.” 하자,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늙은이를 편안하게 해 주고, 朋友를 미덥게 해주고, 젊은이를 감싸주는 것이다.”
‘盍(합)’은 어찌 않는가의 뜻이다.
‘衣(의)’는 입는 것이다. ‘裘(구)’는 갖옷이다. ‘敝(폐)’는 해짐이요, ‘憾(감)’은 한(유감)스러워하는 것이다.
‘伐(벌)’은 자랑함이요, ‘善(선)’은 능함이 있음을 이른다. ‘施(시)’ 또한 張大(장대, 부풀리고 과장함)의 뜻이다. ‘勞(노)’는 공로가 있음을 이르니, 《周易(주역)》〈繫辭傳上(계사전상)〉에 “공로가 있어도 과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것이다. 혹자는 “‘勞(노)’는 수고로운 일이니, 수고로운 일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므로 또한 남에게 베풀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하니, 이 역시 통한다.
늙은이를 편안함으로 길러주고, 붕우를 信(신, 믿음)으로써 대하고, 젊은이를 은혜로 감싸주는 것이다. 일설에는 ‘安之(안지)’는 나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요, ‘信之(신지)’는 나를 믿는 것이요, ‘懷之(회지)’는 나를 사모하는 것이라 하니, 역시 통한다.
정자(伊川(이천))가 말씀하였다. “夫子(부자)는 仁(인)을 편안하게(힘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하신 것이요, 안연은 인을 떠나지 않은 것이요, 자로는 인을 구한 것이다.”
또 말씀하였다. “자로 · 안연 · 공자의 뜻은 모두 남과 함께 하는 것인데, 다만 작고 큰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 말씀하였다. “자로는 의리에 용감한 자이니, 그 뜻을 살펴보면 어찌 세력과 이익으로 속박할 수 있겠는가. ‘沂水(기수)에 목욕하겠다.’고 한 曾點(증점)에 버금가는 자이다. 안자는 자신을 사사로이 여기지 않았다. 그러므로 자신의 잘함을 자랑함이 없었고, 남과 같음을 알았으므로 〈남에게〉 수고로운 일을 베풂이 없었으니, 그 뜻이 크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의식이 있음을 면치 못하였다.
부자에 이르러서는 마치 천지의 化工(화공, 조물주)이 모든 물건에 맡겨주고 자신은 수고롭지 않은 것과 같으니, 이는 聖人(성인)의 하시는 바이다. 지금 굴레와 고삐로써 말을 제어하고 소를 제어하지는 않으니, 사람들은 모두 굴레와 고삐를 만든 것이 사람에게 있음만 알고, 이 굴레와 고삐가 생겨난 것이 말에게서 말미암은 줄은 알지 못한다. 성인의 교화도 이와 같다. 먼저 두 사람(안연과 자로)의 말을 살펴보고 뒤에 성인(공자)의 말씀을 살펴보면 분명 하늘과 땅의 기상이다.
《論語(논어)》를 볼(읽을) 때에는 비단 글자의 뜻만 理會(이회)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모름지기 성현의 기상을 알려고 하여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공야장편 25장 (논어집주, 성백효)
공자와 공자의 수제자인 안연(안회)과 자로(계로)가 평소에 품었던 뜻에 대해서 추구하는 이타적인 삶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의리를 중히 여기고 용감한 자로는 재물에 구애받지 않고 그것들을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써서 닳아지더라도 아까워하지 않겠다고 했다.
안빈낙도의 생활을 추구하는 안연은 자신의 잘남을 자랑하지 않고 공로를 과시하지 않는 욕심 없는 삶을 살겠다고 했다.
이에 자로가 공자는 어떤 생각이냐고 여쭈니 노인들이 편안한 세상과 벗에게는 믿음을 주고 젊은이들을 사랑으로 감싸 보살펴주는 인(仁)을 행하는 자가 되겠다고 하였다.
공자는 모든 문제는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으므로 나를 위한 삶이 아닌 남을 위한 삶이 되기를 바랐다.
자로는 자신의 소유물을 기꺼이 친구와 나누는 의리 있고 물질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하며 신의를 중시하였다. 안연은 자신의 자랑이나 일의 공로를 과시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수양을 위해 힘쓰겠다는 겸손과 의지를 보여준다. 공자가 인(仁)에 가장 가까운 인품을 가진 사람이라고 칭찬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