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논어 필사

[#498]논어 제3편 팔일 13장: 왕손가문왈 여기미어오

by 스머프# 2025. 2. 12.
반응형

팔일편 13장

王孫賈問曰 “‘與其媚於奧, 寧媚於竈’, 何謂也?” 
왕손가문왈     여기미어오    녕미어조    하위야
子曰  “不然, 獲罪於天, 無所禱也.” 
자왈     불연   획죄어천   무소도야

왕손가가 물었다.
"안방에다가 잘 보이기보다는 차라리 부엌에게 잘 보인다고 하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소,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는 것이오."


* 王孫賈(왕손가): 위(衛) 영공(靈公)의 대부로 성이 王孫(왕손), 이름이 賈(가).
- 賈(값 가, 장사 고)

* 與其媚於奧, 寧媚於竈(여기미어오, 녕미어조): 아랫목에 아첨하느니 차라리 부뚜막에 아첨하는 편이 낫다.
- 與其(여기)~寧(녕)~: ~하느니 차라리 ~하다.
- 媚(아첨할 미/예쁠 미)
- 奧(깊을 오/아랫목 오, 따뜻할 욱): 방의 서남쪽 구석. 제사를 지낼 때 신주를 모시는 곳이며 또한 집안의 어른이 거처하는 곳이기도 하다. 직접적으로는 그 곳에 거처하는 집안의 어른을 가리키고 비유적으로는 위나라 영공을 가리킨다.
- 寧(편안할 녕(영)/차라리 녕)
- 竈(부엌 조): 부뚜막이란 음식을 만드는 곳이므로 실권자가 있는 곳이라는 뜻이 된다. 직접적으로는 그곳에서 일하는 찬모를 가리키고 비유적으로는 王孫賈(왕손가) 자신을 가리킨다.

- 獲(얻을 획, 실심할 확)

* 無所禱(무소도): 빌 데가 없다.
- 所(소): '장소'라는 뜻의 명사.
- 禱(빌 도)

논어 제3편 팔일 13장


# 논어집주 해석

王孫賈가 물었다. “아랫목 神에게 잘 보이기보다는 차라리 부엌 神에게 잘 보이라 하니, 무슨 말입니까?”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다. 하늘에 죄를 얻으면 빌 곳이 없다.”

왕손가는 위나라 대부이다. ‘媚(미)’는 친하고 순종하는 것이다. 방의 서남쪽 모퉁이를 ‘奧(오)’라 한다. ‘竈(조)’는 다섯 제사〔五祀(오사)〕의 하나로서 여름에 제사하는 곳이다. 무릇 五祀(오사)에 제사 지낼 때에는 모두 먼저 신주를 설치하여 그(해당되는) 곳에 제사하고 그런 뒤에 尸童(시동)을 맞이하여 奧(오)에서 제사하는데, 대략 종묘의 제사 의식과 같다.

예컨대 竈(조)에 제사 지낼 경우에는 신주를 부엌뜰에 설치하고, 제사가 끝나면 다시 奧(오)에 제수를 진설하여 尸童(시동)을 맞이한다. 그러므로 당시 세속의 말에 인하여 ‘奧(오)는 항상 높음이 있으나 제사의 주체가 아니요, 竈(조)는 비록 낮고 천하나 당시에 用事(용사)한다’ 하여 직접 임금에게 결탁하는 것이 權臣(권신)에게 아부하는 것만 못함을 비유하였다. 왕손가는 위나라의 권신이었다. 그러므로 이 말로써 공자를 諷(풍, 넌지시 타이름)한 것이다.

‘天(천)’은 곧 理(리)이니, 그 높음이 상대가 없어 아랫목 신과 부엌 신이 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치를 거스르면 하늘에 죄를 얻게 되니, 어찌 아랫목 신과 부엌 신에게 아첨하여 빌어서 면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다만 마땅히 이치를 따라야 하니, 단지 부엌 신에게 아첨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또한 아랫목 신에게도 아첨하지 않아야 함을 말씀한 것이다.

사 씨(謝良佐(사량좌))가 말하였다. “성인의 말씀이 공손하고 박절하지 않으니, 가령 왕손가가 이 뜻을 알았다면 유익함이 없지 않았을 것이요, 가령 그가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공자 자신이 〈왕손가의 노여움을 범하여〉 禍(화)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팔일편 13장 (논어집주, 성백효)

[#498]논어 제3편 팔일 13장: [『論語』, 김형찬 옮김, 홍익출판사]


위나라 영공의 대부로 당시 최고의 실력자였던 왕손가가 군왕을 가까이하기보다는 자신과 같은 실권자를 가까이 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비유적으로 충고한 것에 대해 공자는 하늘을 내세워 상하 질서의 문란을 경고한 것이다. 


오(奧)는 방의 서남쪽 모퉁이로써 고대에는 제사를 지낼 때 신주를 놓거나 가장 윗사람이 있는 곳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위령공(衛靈公)을 말한다. 조(竈)는 부엌을 맡은 신을 가리키며 '부엌의 신, 조왕신' 등으로 해석하는데 여기서는 '왕손가'를 의미한다.

왕손가는 임금에게 잘 보이기보다는 실권자인 자신에게 잘 보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회유의 뜻을 공자에게 비친 것이다. 하지만 공자는 단호하게 모든 신에게는 제사 지내야 할 각각의 명분이 있고 최고의 신에게 죄를 지으면 잘못을 빌 곳이 없으니 무슨 이익을 바랄 수 있겠느냐고 반박하였다. 

공자는 세속적인 이익을 위하여 정치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여도 정당한 방법이 아닌 것은 선택하지 않았다. 오로지 도(道)와 덕(德)과 인(仁) 그리고 예(禮)를 통한 적법한 이상정치를 하고자 한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