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편 12장
有子曰 “禮之用, 和爲貴.
유자왈 예지용 화위귀
先王之道, 斯爲美, 小大由之.
선왕지도 사위미 소대유지
有所不行, 知和而和, 不以禮節之, 亦不可行也.”
유소불행 지화이화 불이례절지 역불가행야
유자가 말하였다.
"예(禮)의 기능은 화합이 귀중한 것이다. 옛 왕들의 도는 이것을 아름답다고 여겨서, 적고 큰 일들에서 모두 이러한 이치를 따랐다.
그렇게 해도 세상에서 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화합을 이루는 것이 좋은 줄 알고 화합을 이루되 예로써 절제하지 않는다면 또한 세상에서 통하지 못하는 것이다."
* 和爲貴(화위귀): 화합이나 조화가 귀하다.
• 爲(위): '~이다'라는 뜻의 동사. 일반적으로 그 뒤에 명사나 대사가 오지만 명사로 전용된 형용사가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함이다' 또는 '~한 것이다'라는 뜻이 되고 이는 결국 '~하다' 또는 '~한 셈이다'라는 뜻이 된다. (倪志僩(예지한)은 爲(위)·乃(내)·則(칙)의 차이점을 분석하여 각각 현대 중국어의 算是(산시)·却是(각시)·就是(취시)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論孟虛字集釋(논맹허자집석)』, 臺灣商務印書館(대만상무인서관), 1981년 12월 초판, p. 383 참조.) 이 경우 대개 '가장 ~하다'라는 어감을 내포한다.
* 先王(선왕): 요(堯)·순(舜)·우(禹)·탕(湯)·문(文)·무(武)처럼 명철한 정치를 베푼 전대의 성왕들을 가리킨다.
* 斯爲美(사위미): 이것을 아름답다고 여기다. 斯(사) 앞에 以(이)가 생략되었다.
- 斯(이 사): 이것. 근칭 지시대사.
* 小大由之(소대유지): 작고 큰 일들이 그것을 따르다.
- 由(유): 따르다, 의거하다.
- 之(지): 和(화)를 가리키는 인칭대사.
* 有所不行(유소불행): 행해지지 않는 바가 있다.
- 所(소): ~하는 바, ~하는 것. 주어와 술어 사이에 쓰여 주술구조를 명사구로 만들어주는 특수대사. 이 문장에서 不行(불행)의 주어는 생략되어 있으며 所不行(소불행)은 명사구로서 有(유)의 목적어가 되고 있다.
* 以禮節之(이례절지): 예로써 그것을 조절하다.
- 之(지): 和(화)를 가리키는 인칭대사.
* 亦不可行也(역불가행야): 역시 행해질 수 없다.
- 也(야): 판단 또는 진술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논어집주 해석
有子가 말하였다. “禮의 用은 和가 귀함이 되니, 先王의 道는 이것이 아름다움이 된다. 그리하여 작은 일과 큰일에 모두 이것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행하지 못할 것이 있으니, 和를 알아서 和만 하고 禮로써 節制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행할 수 없는 것이다.”
‘예’는 천리의 節文(절문, 品節文章(품절문장))이요 人事(인사)의 儀則(의칙)이다. ‘和(화)’는 종용하여 급박하지 않은 뜻이다. 예의 體(체)됨은 비록 엄하나 모두 자연의 이치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그 用(용)됨은 반드시 종용하여 급박하지 않아야 귀할 만한 것이 된다. 선왕의 도는 이것이 그 아름다움이 되어서 작은 일과 큰일에 이것(和(화))을 말미암지(따르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윗글을 이어 말씀하기를 “이와 같은데도 다시 행하지 못할 것이 있으니, 다만 和(화)가 귀하다는 것을 알아서 和(화)에만 한결같이 하고, 다시 예로써 절제하지 않는다면 또한 다시 예의 본연이 아닌 것이다. 이 때문에 흐르고 방탕하여 돌아올 것을 잊어서 또한 행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정자(伊川(이천))가 말씀하였다. “예가 치우치면 支離(지리)해진다. 그러므로 예의 用(용)은 和(화)가 귀함이 되니, 선왕의 도가 이것을 아름답게 여겨서 작은 일과 큰 일에 모두 이것을 따른 것이다. 樂(락)이 치우치면 방탕한 데로 흐른다. 그러므로 행하지 못할 것이 있으니, 和(화)를 알아서 和(화)만 하고 예로써 절제하지 않으면 이 또한 행할 수 없는 것이다.”
범 씨(范祖禹(범조우))가 말하였다. “무릇 예의 體(체)는 敬(경)을 주장하고 그 用(용)은 和(화)를 귀하게 여기니, 敬(경)은 예가 확립되는 원인이요 和(화)는 樂(락)이 말미암아 생겨나는 근원이다. 有子(유자)로 말하면 예 · 락의 근본을 통달했다고 이를 만하다.”
내가 생각하건대, 엄하면서도 편안하고 和(화)하면서도 절제하는 것은 이것은 理(리)의 자연스러움이요 예의 전체이니, 여기에 털끝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그 中正(중정)을 잃어서 각각 한쪽에 치우칠 것이니, 그 행할 수 없음이 똑같은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학이편 12장 (논어집주, 성백효)
유자(유약)는 공자의 제자 중에서 특히 예(禮)와 관련된 것을 중요시 한 사람이다. 공자보다 43세 연하이고 공자와 생김새나 행동 등이 닮았다고 한다.
예의 쓰임 중에서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인화가 중요하므로 이는 예를 통하여 이룩할 수 있다. 예를 통하여 인화를 이룩하지 않고 억지로 인화를 위한 인화를 추구한다면 참다운 인화에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공자는 예를 중요하게 여겼다. 예는 사회와 공동체의 질서나 규범을 의미고 사람이 행해야 할 의례의 법도를 말한다. 그것은 다소 번거롭고 엄격할 수밖에 없어서 예의 기능은 엄격함을 완화하는 조화스러움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예전의 요순을 대표하는 태평성세를 이룩한 왕들은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이런 화합을 이루는 것을 아름답게 여겨 중도를 도리(道)로 삼아 선정을 베풀었다.
예는 형식적인 면도 있어 지나치면 인간의 가치있는 삶을 억제할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억지로 조화스러움을 강조한다면 참다운 조화가 아닌 것이다. 형식과 내용의 적당한 조화가 바로 인간의 삶에 필요한 진정한 예(禮)라고 할 것이다. 예는 지나치지 않은 엄격함과 지나치지 않은 조화스러움이 되었들 때, 즉 기본적으로 중용을 지켜야 제대로, 아름답게 이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