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편 20장
子貢曰 “紂之不善, 不如是之甚也.
자공왈 주지불선 불여시지심야
是以君子惡居下流, 天下之惡皆歸焉.”
시이군자오거하류 천하지악개귀언
자공이 말하였다.
"주왕의 못된 성품이 전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군자는 낮은 곳에 머물기를 싫어하는 것이니, 천하의 악이 모두 그에게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 子貢(자공): 위나라 출신으로 공자보다 31세 연하인 공자의 제자. 공문십철 중 한 사람. 성은 단목(端木), 이름은 사(賜), 자는 자공이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며 언변이 뛰어나고 정사와 상업 및 외교에 능했다.
* 紂(주): 중국 상(은)나라의 마지막 국왕으로 왕호는 제신(帝辛), 휘는 수(受) 또는 수덕(受德). 선대 왕인 제을(帝乙)의 작은 아들로 형인 미자계(微子啓)가 서자라서 왕위를 이어받을 수 없었기에 적자였던 제신이 왕위를 승계했다. 흔히 폭군의 대명사로 꼽히는 인물로,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그의 폭정으로 상나라 즉 은나라가 멸망에 이르렀다고 기술하였다. 하나라의 마지막 군주로 전하는 걸(桀)과 함께 걸주(桀紂)로 불린다.
- 紂(주임금 주, 껑거리끈 주) : 껑거리끈(껑거리막대의 양 끝에 매어 길마의 뒷가지와 연결하는 줄). 말고삐(말굴레에 매어서 끄는 줄). 창(窓), 창문(窓門)
* 不如是之甚也(불여시지심야): 이와 같은 심한 상태가 아니다. 이(전해지는 것)처럼 심하지 않았다.
- 不(불): 아니다. 非(비)와 같다.
- 甚(심할 심): 심하다. 중하다. 많다.
* 是以君子惡居下流(시이군자오거하류): 이 대문에 군자는 낮은 곳에 거처하기를 싫어하는 것이니.
- 是以(시이): 이 때문에, 인과 관계를 나타내는 접속사.
- 下流(하류): '낮은 곳'을 의미한다.
# 논어집주 해석
子貢이 말하였다. “紂王의 不善이 이처럼 심하지는 않았으니, 이 때문에 君子가 下流에 거하는 것을 싫어한다. 〈下流에 있으면〉 天下의 惡이 모두 돌아온다.”
‘下流(하류)’는 지형이 낮은 곳으로 모든 물이 모여드는 곳이니, 사람의 몸에 더럽고 천한 실제 행실이 있으면 또한 악명이 모여듦을 비유한 것이다. 자공이 이를 말한 것은 사람들이 항상 스스로 경계하고 살펴서 한 번이라도 그 몸을 불선한 곳에 두지 않게 하려고 한 것이요, 주왕이 본래 죄가 없는데 헛되이 악명을 뒤집어썼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장편 20장 (논어집주, 성백효)
극악무도한 폭군이었던 제신(帝辛), 주왕은 잘 생기고 총명하였지만 자신을 가장 높이 생각하여 모든 이들은 자기 아래에 있다고 여겼다. 또한 천하의 모든 보물은 모두 수중에 독차지해야 하는 사치스럽고 탐욕스러운 군주였다. 간신들을 등용하고 충신의 말은 듣지 않고 잔인하게 죽였다. 게다가 총애하는 애첩 달기에 빠져서 정사는 뒤로한 채 매일 호화판 연회를 즐겼고(주지육림, 酒池肉林) 포악한 형벌을 만들어 고문을 보며 즐거워하였다(포락지형, 炮烙之刑). 결국 그런 폭정에 주나라의 시조 문왕과 아들 무왕에게 패배하고 주왕은 수도에 불을 지르고 녹대(궁궐이름)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였다.
주왕은 하나라의 걸왕과 함께 폭군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20세기 이후 상나라의 갑골문이 발견되면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제신의 왕권 강화를 두려워한 주변 소국들의 불만으로 방탕하고 사치스럽다고 왜곡되어 전해졌다는 것이다.
자공은 주왕의 포악함이 전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지만, 천하의 모든 악이 모여드는 곳(하류)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이 때문에 군자는 하류에 머무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였다. 낮은 곳에 거처하면 천하의 악이 모두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번 악명을 듣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퍼져나가 악명이 쌓인다. 그러므로 스스로 살펴 불선(不善)한 곳에 처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라는 의미이다. 주희에 따르면 주왕이 본래 죄가 없는데, 헛되이 악명을 받았다고 말한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