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편 13장
子曰 “鄕原德之賊也.”
자왈 향원덕지적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시세에 영합하면서도 겉으로만 점잖고 성실한듯이 행동하여 순박한 마을 사람들에게서 인정을 받는 사람은 바로 덕을 해치는 사람이다."
* 鄕原(향원): 매사에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따지지 않고 시속에 맞추어 두루뭉술하게 삶으로써 온 고을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사람. 뚜렷한 가치관이 없고 삶의 태도가 진지하지 않아 위선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原(원)은 愿(삼갈 원: 새기는데 공손하고 성실한 사람)과 같다.
鄕原(향원)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으나 다음과 같은 맹자의 해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만자가 "한 고을 사람들이 모두 어진 사람이라고 부른다면 어디를 가더라도 어진 사람이 될 터인데 공자께서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여긴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라고 하자, 맹자가 말하기를 "비난하려고 들면 들어서 말할 것이 없고, 풍자하려고 들면 풍자할 것이 없으며, 흘러가는 시속에 동화되고 더러운 세상에 부합하며, 위인은 충직한 듯하고 행동은 청렴결백한 듯하여 여러 사람들이 다 그를 좋아하고 자신도 옳다고 여기지만 요순의 도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하신 것이다"라고 했다. [『孟子(맹자)·盡心(진심) 下(하)]』
"萬子曰(만자왈): '一鄕皆稱原人焉(일향개칭원인언), 無所往而不爲原人(무소왕이불위원인), 孔子以爲德之賊(공자이위덕지적), 何哉(하재)?' 曰(왈): '非之無擧也(비지무거야), 刺之無刺也(자지무자야), 同乎流俗(동호류속), 合乎汚世(합호오세), 居之似忠信(거지사충신), 行之似廉潔(행지사렴결), 衆皆悅之(중개열지), 自以爲是(자이위시), 而不可與入堯舜之道(이불가여입요순지도), 故曰(고왈): "德之賊(덕지적)" 也(야).'"
# 논어집주 해석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鄕原은 德의 賊이다.”
‘鄕(향)’은 鄙俗(비속)의 뜻이다. ‘原(원)’은 愿(원)과 같으니, 《荀子(순자)》〈正論(정론)〉에 原慤(원각)에 대한 註(주)에 “原(원)은 愿(원)으로 읽는다.” 하였으니, 바로 이것이다. 향원은 시골 사람 중에 謹厚(근후)한 자이니, 流俗(유속)과 동화하고 더러운 세상에 영합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아첨한다. 이 때문에 시골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근후하다고 칭하는 것이다. 夫子(부자)께서는 〈향원이〉 덕과 비슷하나 덕이 아니어서 도리어 덕을 어지럽힌다고 여기셨다. 그러므로 덕의 賊(적)이라고 말씀하여 매우 미워하신 것이니, 《孟子(맹자)》 마지막 편(<盡心下(진심하)>)에 자세히 보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양화편 13장 (논어집주, 성백효)
향원은 마을에서 근엄한 척, 성실한 척하는 사람이다. 온 고을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두루뭉술한 사람으로 덕을 해치는 사람 (德의 賊) 이다. 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덕을 쌓는데 나쁜 영향을 주어서 오히려 해를 끼치는 사람이란 뜻이다.
향원은 그럴듯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칭송을 받지만 이면에는 시세에 영합하려는 의도가 있고 위선적인 사람이다. 공자는 내 집 앞을 지나가면서 내 방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내가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오직 향원뿐이라고 말할 만큼 그들의 가식적인 태도를 혐오하였다.
또한 공자는 향원을 교언영색(巧言令色,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하 듣기좋게 꾸민 말과 얼굴 표정을 뜻하는 말)하는 자이며 겉으로는 선량하고 덕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속이는 사이비(似而非, 겉은 비슷하지만 속은 전혀 다른 사람) 군자라고 했다. 이는 진짜와 혼돈하게 만들어 사람들을 미혹에 빠뜨리기 때문에 가장 증오하는 존재라고 하였다.
맹자(孟子)는 향원같은 이는 비판을 하거나 공격할 점이 딱히 없다. 흘러가는 대로 세상과 영합하므로 평소 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는 듯이 보여 다른 사람은 물론 자기 자신도 청렴 결백하며 옳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런 사람과는 함께 요순의 올바른 도에 들어갈 수 없기에 '덕을 해치는 자(德의 盜賊)'라고 하며 함께하기에 문제가 있다고 하였다.
뚜렷한 가치관과 확고한 원칙으로 선악을 판단하고,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따지며 분명한 태도를 가지라는 가르침이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눈치 백단인, 처세술만 뛰어난 속물이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