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 21장
樊遲從遊於舞雩之下,
번지종유어무우지하
曰 “敢問崇德, 修慝, 辨惑.”
왈 감문숭덕 수특 변혹
子曰 “善哉問! 先事後得, 非崇德與?
자왈 선재문 선사후득 비숭덕여
攻其惡, 無攻人之惡, 非修慝與?
공기악 무공인지악 미수특여
一朝之忿, 忘其身, 以及其親, 非惑與?”
일조지분 망기신 이급기친 비혹여
번지가 무우에서 공자를 따라서 노닐다가 여쭈었다.
"감히 덕을 숭상하는 것과 악한 마음을 다스리는 것과 미혹됨을 가려내는 것에 대하여 여쭙고자 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한 질문이로구나! 일을 먼저 하고 이득은 뒤로 미루는 것이 덕을 숭상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자신의 악함을 공격하고 남의 악함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 악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겠느냐?
하루아침의 분노로 자기 자신을 잃고 그 화가 부모님께까지 미치게 한다면, 미혹됨이 아니겠느냐?"
* 樊遲(번지): 공자의 제자로 성은 樊(번), 이름이 수(須), 자가 자지(子遲). 노나라(제나라?) 출신. 공자보다 36세 연하로 공자의 수레를 몰았다. 농사짓는 방법을 문의하자, 스승 공자는 번지에게 군자의 길로 인도한다. 염구와 함께 계씨 밑에서 어린 나이에 벼슬을 하였다.
- 樊(울타리 번)
- 遲(더딜 지/늦을 지)
- 雩(기우제 우)
- 慝(사특할 특, 숨길 닉(익))
* 先事後得(선사후득): 일을 앞으로 삼고 이득을 뒤로 삼다. 先(선)과 後(후)는 명사가 의동사로 전용된 것.
* 攻其惡(공기악): 자신의 나쁜 점을 공박하다.
- 其(기):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 忿(성낼 분)
* 忘其身, 以及其親(망기신, 이급기친): 자기 몸을 잊어 몸을 돌보지 않고 나쁜 짓을 함으로써 그 영향이 자기 양친에게 미치다.
논어집주 해석
호씨(胡寅(호인))가 말하였다.
“慝(특)이란 글자는 心(심)을 따르고 匿(닉)을 따랐으니, 惡(악)이 마음속에 숨어있는 것이다. ‘修(수)’는 다스려 제거함이다.”
善哉問!: 자신을 위함에 간절함을 좋게 여기신 것이다.
‘先事後得(선사후득)’은 ‘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얻음(소득)을 뒤에 하라.’는 말과 같다. 당연히 해야 할 바를 하고 그 공효를 계산하지 않는다면 德(덕)이 날로 쌓여도 스스로는 알지 못할 것이요, 자기 몸을 다스림에 오로지 하고 남을 책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惡(악)이 숨겨질 곳이 없을 것이요, 하루아침의 분노는 매우 작고 화가 그 부모에게까지 미침은 매우 큼을 안다면 미혹됨을 분별하여 그 분함을 징계함이 있을 것이다. 樊遲(번지)는 거칠고 비루하고 이익에 가까웠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로써 말씀해 주셨으니, 모두 그의 잘못을 바로잡으신 것이다.
범 씨(范祖禹(범조우))가 말하였다. “일을 먼저 하고 얻음을 뒤에 한다는 것은 義(의)를 숭상하고 利(이)를 아래로 여기는 것이다. 사람이 이롭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덕이 높아지지 못하며, 자신의 과실은 스스로 살피지 않고 남의 과실만 알기 때문에 간악함이 다스려지지 못한다. 사물에 감응하여 동요되기 쉬운 것은 분노만한 것이 없으니, 자신을 잊어서 그 부모에게까지 화가 미치게 함은 미혹됨이 심한 것이다. 미혹됨이 심한 것은 반드시 細微(세미)한 데서 일어나니, 이것을 早期(조기)에 분별한다면 크게 미혹됨에 이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분함을 징계함이 미혹됨을 분별하는 일인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안연편 21장 (논어집주, 성백효)
공자가 노나라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장소인 무우로 바람을 쏘이러 번지와 함께 나갔다. 무우 주변은 은행나무가 많아 산책하기 좋았다고 하며 공자의 제자인 증점 역시 바람 쐬기 좋은 곳으로 점찍은 바 있다 [선진 편 25장]. 번지는 계씨 집안의 가신으로 있다가 공자 말년에 공자의 수레를 몰았기 때문에 공자와 대화할 일이 빈번하였다.
번지는 덕을 숭상하는 방법[숭덕]과 악한 마음을 다스리고[수특], 미혹됨[변혹]을 가려내는 것에 대해 가르침을 청하였다. 이에 공자는 덕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적인 일을 우선시하고 자신의 이익은 나중에 생각하라고 하셨다. 악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자신의 악함을 먼저 깨닫고 관용을 베풀어 남의 악함을 들추어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미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등 분노 조절을 해야 하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면 패가망신을 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였다.
공자보다 36세나 어린 제자인 번지는 병기를 소지한 무인이었고 젊은이답게 혈기왕성하고 용감하였으며 선공후사를 실천하는 제자였다. 따라서 번지가 한 질문[숭덕, 수특, 변혹]이 본인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것이었기에 훌륭한 질문이라고 칭찬을 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