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25장(1)
子路·曾晳·冉有·公西華侍坐,
자로 증석 염유 공서화시좌
子曰 “以吾一日長乎爾, 毋吾以也.
자왈 이오일일장호이 무오이야
居則曰 ‘不吾知也,’ 如或知爾, 則何以哉?”
거즉왈 불오지야 여혹지이 즉하이재
子路率爾而對曰 “千乘之國, 攝乎大國之間,
자로솔이이대왈 천승지국 섭호대국지간
加之以師旅, 因之以饑饉, 由也爲之,
가지이사려 인지이기근 우야위지
比及三年, 可使有勇, 且知方也.”
비급삼년 가사유용 차지방야
夫子哂之. “求, 爾何如?”
부자신지 구 이하여
對曰 “方六七十如五六十, 求也爲之,
대왈 방륙칠십여오륙십 구야위지
比及三年, 可使足民. 如其禮樂, 以俟君子.”
비급삼년 가사족민 여기례악 이사군자
“赤, 爾何如?” 對曰 “非曰能之, 願學焉.
적 이하여 대왈 비일능지 원학언
宗廟之事, 如會同, 端章甫, 願爲小相焉.”
종묘지사 여회동 단장보 원위소상언
자로·증석·염유·공서화가 공자를 모시고 앉아 있을 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들보다 나이가 조금 많기는 하지만, 그런 것을 의식하지 말고 얘기해 보아라. 평소에 말하기를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하는데, 만일 너희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자로가 불쑥 나서면서 대답하였다. "제후의 나라가 큰 나라들 사이에 끼여 있어서 군대의 침략을 당하고 거기에 기근까지 이어진다 하더라도, 제가 그 나라를 다스린다면 대략 3년 만에 백성들을 용감하게 하고 또한 살아갈 방향을 알도록 하겠습니다.
공자께서 미소 지으셨다. "구(염유)야, 너는 어찌하겠느냐?"
염유가 대답하였다. "사방 60~70리 혹은 50~60리의 땅을 제가 다스린다면, 대략 3년 만에 백성들을 풍족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의 예법이나 음악과 같은 것에 관해서는 군자를 기다리겠습니다."
"적(공서화)아, 너는 어찌하겠느냐?"
공서화가 대답하였다. "저는 '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배우고자 합니다. 종묘에서 제사 지내는 일이나 혹은 제후들이 천자를 알현할 때, 검은 예복과 예을 갖추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曾晳(증석): 증삼(曾參, 증자)의 부친. 이름이 점(點)이고 晳(석)은 그의 자이다. 그도 역시 공자의 제자로 공자보다 5살 어렸다. 공자의 사상, 특히 특유의 정신적 미학 사상에서 공자와 매우 가까이 있다고 여겨진다.
* 以吾一日長乎爾(이오일일장호이): 내가 너희들보다 나이가 하루 더 많음으로 인하여.
- 以(이): 원인을 표시하는 전치사.
- 一日長(일일장): 나이가 조금 더 많음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
- 乎(호): 비교의 대상을 표시하는 전치사. 於(어)와 같다.
- 爾(이): 이인칭대사.
* 毋吾以也(무오이야): 나를 빙자하지 말라. 내가 너희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빙자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 毋(말 무/관직이름 ): 금지를 표시하는 부사.
- 吾以(오이): 나를 빙자하다. 부정문에서 대사 목적어와 동사가 도치된 것.
- 也(야): 명령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居則曰(거즉왈): 앉으면 곧 말하다.
- 居(거): 앉다. 대개 '평상시' 또는 '항상'으로 풀이하는데 則(즉)이 갖는 어감을 고려하면 '앉다'로 풀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 不吾知也(불오지야): 나를 알아주지 않다.
- 吾知(오지): 부정문에서 대사 목적어와 동사가 도치된 것.
* 何以哉(하이재): 무엇을 하는가.
- 何以(하이): 의문문에서 대사 목적어와 동사가 도치된 것.
- 以(이): 하다.
* 子路率爾而對(자로솔이이대): 자로가 대뜸 대답하다.
- 率爾(솔이: 가벼울 솔): 경솔한 모양.
- 率(거느릴 솔/비율 률(율)/우두머리 수)
- 爾(이): 형용사 접미사. 이렇게 만들어진 형용사가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어로 쓰일 경우 그 부사어와 동사 사이에 양자를 연결해 주는 접속사 而(이)를 함께 쓴다.
* 加之以師旅(가지이사려): 그것에 군사적 침략을 더하다.
- 之(지): 千乘之國(천승지국)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 以(이): 동작의 대상을 표시하는 전치사.
- 師旅(사려): 군사 500명을 1旅(려)라 하고 5旅(려)를 1師(사)라 한다. 여기서는 그러한 군사의 침략을 뜻한다.
* 因之以饑饉(인지이기근): 기근으로 그 뒤를 잇다. 군사적 침략에 뒤이어 기근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 因(인): 뒤따르다, 뒤를 잇다.
- 饑(주릴 기)
- 饉(주릴 근)
* 由也爲之(유야위지): 유가 그것을 다스리다.
- 爲(위): 다스리다.
* 比及三年(비급삼년): 삼 년이 되다.
- 比及(비급): '때에 이르다, 때가 되다'라는 뜻의 관용어.
* 方六七十如五六十(방륙칠십여오륙십): 사방으로 육칠십 리 혹은 오륙십 리(되는 지역).
- 如(여): ~와, 혹은. 원래 與(여)와 마찬가지로 병렬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이지만 여기서는 약간 변질되어 선택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에 가깝다.
왕인지(王引之)의 『경전석사(經傳釋詞)』는 이 구절의 如(여)를 與(여)와 같은 용법의 예로 제시했고 양수달(楊樹達)의 『사전(詞詮)』은 양자를 구분하여 이 구절의 如(여)를 '혹은'의 용례로 제시했다.
그러나 명확하게 '혹은'으로 풀이할 수 있는 것은 이 구절과 이 구절 바로 밑의 宗廟之事如會同(종묘지사여회동, 종묘의 일이나 제후의 회동) 이외에 다른 용례가 잘 보이지 않는다.
* 可使足民(가사족민): (그 나라로 하여금) 백성을 만족시키게 할 수 있다.
* 如其禮樂, 以俟君子(여기례악, 이사군자): 예악으로 말하자면 군자를 기다리다.
- 如(여): '~으로 말하자면'이라는 뜻의 접속사. 앞에서 다른 사실에 대하여 이야기한 뒤 말을 바꾸어 다른 사실을 예로 들어 이야기하고자 할 때 쓴다. 若(약)과 같다.
- 以(이): '~하면 곧'이라는 뜻의 접속사. 앞에 있는 如(여)와 호응하여 '~로 말하자면 곧'이라는 뜻이 된다. 則(즉)과 같다.
* 端章甫(단장보): 현단(玄端)이라는 검은색 예복과 장보관(章甫冠)이라는 유학자의 예모(를 착용하다).
- 甫(클 보/채마밭 포)
* 願爲小相焉(원위소상언): 작은 보좌관이 되기를 원하다.
- 小相(소상): 신분이 대단치 않은 보좌관.
- 相(상): 의식의 진행을 도와주는 사람.
논어집주 해석
晳(석)은 曾參(증삼)의 아버지이니, 이름이 點(점)이다.
내가 비록 나이가 다소 너희들보다 많으나 너희들은 내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말하기를 어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한 것이다. 이는 유도하여 말을 다하게 해서 그 뜻을 관찰하려고 하신 것이니, 성인의 온화한 기운과 겸손한 덕을 여기에서도 볼 수 있다.
‘너희들이 平居(평거, 평소)에 말하기를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만일 혹시라도 너희들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너희들이 장차 어떻게 쓰이겠느냐?’고 말씀한 것이다.
‘率爾(솔이)’는 경솔하고 급한 모양이다. ‘攝(섭)’은 管束(관속, 속박)이다. 2천5백 명을 師(사)라 하고, 5백 명을 旅(려)라 한다. ‘因(인)’은 이어서이다. 곡식이 성숙하지 않음을 饑(기)라 하고, 채소가 성숙하지 않음을 饉(근)이라 한다. ‘方(방)’은 향함이니, 의리로 향함을 이른다. 백성들이 의리로 향하면 윗사람을 친애하고 어른(君長(군장))을 위해 죽을 수 있다. ‘哂(신)’은 미소이다.
‘求爾何如(구이하여)’는 공자께서 물으신 것이니, 아래도 이와 같다. 方(방) 6, 70리는 작은 나라이다. ‘如(여)’ 는 或(혹)과 같다. 5, 60리는 더 작은 것이다. ‘足(족)’은 풍족한 것이다. ‘군자를 기다린다.’는 것은 자신의 능한 바가 아님을 말한다. 염유는 謙退(겸퇴, 겸손)하였고, 또 자로가 웃음을 당하는 것을 보았으므로 그 말이 더욱 겸손한 것이다.
공서화는 예악의 일에 뜻을 두었는데, 군자로 자처함을 혐의하였다. 그러므로 장차 자신의 뜻을 말하려 하면서 먼저 겸손의 말을 하여, 자신이 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배우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이다. ‘宗廟(종묘)의 일’은 제사를 이른다. 제후가 때때로 뵙는 것을 會(회)라 하고, 여러 제후가 함께 뵙는 것을 同(동)이라 한다. ‘端(단)’은 玄端服(현단복)이고, ‘章甫(장보)’는 禮冠(예관)이다. ‘相(상)’은 임금의 禮(예)를 돕는 자이다. ‘小(소)’라고 말한 것은 또한 겸손의 말이다.
<논어 문장 중 가장 긴 장이어서 2장으로 나누어서 필사를 하였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 증석, 염유, 공서화 이렇게 4명이 공자를 모시고 앉아서 나이에 관계없이 하고 싶은 말을 편안하게 하는 장면이다.
자로는 9살, 증석은 5살(6살?), 염유는 29살, 공서화는 42살 정도 공자보다 연하라고 전해지는데 공서화와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문헌상 오류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주제는 만약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이다. 이에 대뜸 용감하지만 조금은 경솔한 자로가 나서며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자로의 대답에 웃음을 머금고 다시 염유와 공서화에게 같은 질문을 하는 공자. 이 물음을 할 당시 증점은 거문고를 타고 있는 중이어서 맨 뒤의 순서가 된다.
공자는 다 듣고 난 뒤에 그들의 답에 대한 평가를 한다. - 다음 장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