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당 1장
孔子於鄕黨, 恂恂如也, 似不能言者.
공자어향당 순순여야 사불능언자
其在宗廟朝廷, 便便言, 唯謹爾.
기재종묘조정 변변언 유근이
공자께서 마을에 계실 때에는 겸손하고 과묵하여 말을 못 하는 사람 같으셨다.
그러나 종묘와 조정에 계실 때에는 분명하게 주장을 펴시되 다만 신중하게 하셨다.
* 孔子於鄕黨(공자어향당) : 공자가 마을에 있다.
- 於(어): '처하다, 존재하다'라는 뜻의 동사.
- 鄕黨(향당): 원래 12,500호가 鄕(향), 500호가 黨(당)이지만 여기서는 합쳐서 마을이라는 뜻이다.
* 恂恂如也(순순여야) : 공손하고 조심스럽다.
- 恂恂(순순): 공손하고 두려워하는 모양. - 恂(정성 순/엄할 준)
- 如(여): 형용사 접미사.
- 也(야): 판단 또는 진술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似不能言者(사불능언자) : 말을 할 줄 모르는 것 같다.
- 者(자): 추측이나 불확실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便便言(변변언) : 분명하고 유창하게 말하다.
- 便便(편편/변변): 말이 분명하고 막힘이 없는 모양. - 便(편안할 편/똥오줌 변) : =辯(말 잘할 변)
* 唯謹爾(유근이) : 다만 삼갔을 따름이다.
- 謹(삼갈 근)
- 爾(이): 단정적인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而已(이이)와 같다.
논어집주 해석
孔子께서 鄕黨(지방)에 계실 적에는 信實하게 하시어 말씀을 잘하지 못하는 것처럼 하셨다.
孔子께서 宗廟와 朝廷에 계실 적에는 말씀을 잘하시되 다만 삼가셨다.
‘恂恂(순순)’은 신실한 모양이다. ‘말씀을 잘하지 못하는 것처럼 한다.’는 것은 겸손하고 낮추고 손순하여 어짊과 지혜로써 남에게 앞서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향당은 부형과 종족이 계신 곳이므로 공자께서 거하실 적에 그 용모와 말씀이 이와 같으셨던 것이다.
‘便便(편편/변변)’은 말을 잘하는 것이다. ‘宗廟(종묘)’는 예법이 있는 곳이요 ‘朝廷(조정)’은 정사가 나오는 곳이니, 말을 명확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자세히 묻고 극진히 말씀하되 다만 삼가서 함부로 하지 않으셨을 뿐이다.
이 한 절은 공자께서 향당과 종묘와 조정에 계실 때의 언어와 용모가 똑같지 않음을 기록한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향당편 1장 (논어집주, 성백효)
향당(鄕黨) 편은 공자의 삶에서의 살아가는 태도 및 예법을 지켜나가고자 한 것들을 제자들이 보고 훗날에 기술한 것이다. 공자와 가솔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평소 공자가 얼마나 자기 자신에게 있어 혹독할만치 예에 어긋나지 않은 삶을 살려고 했는지를 보여준다.
향당 1장은 공자가 때와 장소, 사람에 따라 말하는 태도가 달랐음을 알 수 있다. 동네에서 이웃들과 함께 할 때는 마치 말을 못 하는 것처럼 과묵하고 겸손했지만 조정이나 종묘에서는 할 말을 똑 부러지게 하나 정중함을 갖춰 유창한 말솜씨를 보였다.
공자는 자신과 대등한 하대부와 대화할 때는 격의 없는 유쾌한 태도로 말을 하였고 윗사람인 상대부와 대화할 때는 온화하고 공손하게 말했다. 그리고 임금이 있을 때는 공손하고 삼가는 자세로 침착하게 할 말을 다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때와 장소, 어떤 사람과 대화하느냐에 따라 말하는 방법이나 태도를 달리 해야 한다. 겸손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로 이야기하되 할 말은 똑똑하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조리 있는 말솜씨를 가져야 한다. 어느 상황에 있든지 신중한 태도로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가까운 친분이 있는 사람일수록 예의를 지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좋다. 가깝다고 무례한 말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매사에 조심해서 인격에 상처를 입히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허물없다고 상대를 얕잡아 비하하거나 지켜야 할 진실을 함부로 노출하여 상대의 감정을 기분 나쁘게 해서는 관계가 오래갈 수 없으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