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 12장
子貢曰 “有美玉於斯, 韞匵而藏諸?
자공왈 유미옥어사 온독이장저
求善賈而沽諸?”
구선가이고저
子曰 “沽之哉! 沽之哉! 我待賈者也.”
자왈 고지재 고지재 아대가자야
자공이 말하였다. "여기에 아름다운 옥이 있다면 궤 속에 넣어서 보관해 두시겠습니까?
좋은 상인을 구하여 파시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상인을 기다리는 사람이네."
* 韞櫝而藏諸(온독이장저) : 그것을 궤짝에 넣어서 보관하는가.
- 韞 (감출 온/감출 운) - 匵 (궤 독) - 沽 (팔 고)
논어집주 해석
子貢이 말하기를 “아름다운 玉이 여기에 있다면, 이것을 궤 속에 넣어 두어 보관만 하시겠습니까? 좋은 값을 구하여 파시겠습니까?” 하자, 孔子께서 대답하셨다. “팔아야지, 팔아야지. 그러나 나는 좋은 값을 기다리는 자이다.”
‘韞(온)’은 보관함이요 ‘匵(독)’은 궤이다. ‘沽(고)’는 파는 것이다. 자공은 공자가 道(도)를 지니고 계시면서도 벼슬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위의 두 가지를 가설하여 물은 것이다. 공자께서는 ‘진실로 팔아야 하겠으나 다만 값을 기다려야 할 것이요, 〈팔리기를〉 구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범 씨(范祖禹(범조우))가 말하였다. “군자가 일찍이 벼슬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또 그 道(도, 정당한 방법)를 따르지 않음을 싫어하니, 선비가 禮(예)를 기다림은 玉(옥)이 값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예컨대 이윤이 莘野(신야, 有莘(유신)의 들)에서 농사짓고 伯夷(백이)와 太公(태공)이 바닷가에서 은거할 때에 세상에 湯王(탕왕)과 文王(문왕)이 없었다면 그대로 일생을 마칠 뿐이요, 반드시 도를 굽혀 남을 따르고 옥을 자랑하여 팔리기를 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한편 12장 (논어집주, 성백효)
공자의 도(道)로 세상을 교화하려 하나 제후들은 귀한 줄은 알면서도 등용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싸게 팔고 싶지는 않고 알아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언제고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위나라와 노나라의 재상을 지냈고 이재에 밝았던 자공은 자신의 스승인 공자의 경제적 후원자로써, 공자가 중요한 관직에 등용되지 못함을 항상 안타깝게 생각했다. 공자를 옥으로 비유하며 스승의 속마음이 어떤지를 묻고 있다.
1년 만이라도 관직에 나아갈 수만 있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공자는 많은 나라를 돌면서 천명했으나 안타깝게도 아무도 등용하려 하질 않았다. 아무리 품질이 좋고 뛰어난 보석이라도 제대로 된 장인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 아름다움을 떨칠 수 없다. 그러므로 비굴하고 값싸게 팔 것이 아니라 진가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을 때 팔리길 바란다는 의미이다.
요즘이야 자기 PR (Public Relations, promotion) 시대이므로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자기소개서도 준비해서 자신을 피력한다고 하지만 그 시대의 공자는 알아서 써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나의 수양이나 하겠다는 초연한 자세인 것 같다.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굳이 나서지 않겠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나 할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하고 기회 역시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행운도 거머쥘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힘들게 미리미리 준비하였기에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의 결과만을 보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보이지 않는 역경을 보지 못한다. 세상에 쉬운 일과 거저 얻는 공짜는 절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