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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필사

[#412]논어 제18편 미자 6장: 장저걸익우이경 공자과지

by 스머프# 2024.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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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편 6장

長沮·桀溺耦而耕, 孔子過之, 使子路問津焉. 
장저  걸익우이경    공자과지   사자로문진언
長沮曰 “夫執輿者爲誰?”
장저왈    부집여자위수
子路曰 “爲孔丘.” 曰 “是魯孔丘與?”
자로왈    위공구     왈   시로공구여
曰 “是也” 曰 “是知津矣.” 
왈   시야    왈    시지진의
問於桀溺, 桀溺曰 “子爲誰?” 曰 “爲仲由.”
문어걸익    걸익왈    자위수     왈   위중유
曰 “是魯孔丘之徒與?” 對曰 “然.”
왈   시로공구지도여       대왈    연
曰 “滔滔者, 天下皆是也, 而誰以易之? 
왈    도도자   천하개시야   이수이역지
且而與其從辟人之士也, 豈若從辟世之士哉?” 
차이여기도피인지사야      기약종피세지사재
耰而不輟. 
우이불철
子路行以告, 夫子憮然曰 “鳥獸, 不可與同群. 
자로행이고    부자무연왈     조수   불가여동군
吾非斯人之徒與, 而誰與? 天下有道, 丘不與易也.”
오비사이지도여    이수여    천하유도    구불여역야

장저와 걸익이 나란히 밭을 갈고 있었는데, 공자께서 지나시다가 자로를 시켜 그들에게 나루터가 어딘지 묻게 하셨다.
장저가 말하였다. "저 수레에서 고삐를 쥐고 있는 사람이 누구신가?"
자로가 말하였다. "공구(공자)이십니다."
"바로 노나라의 공구이신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나루터를 아실게요."
걸익에게 불으니, 걸익이 말하였다.
"선생은 누구시오?" "중유(자로)라고 합니다."
"바로 노나라 공구의 제자란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큰 물이 도도히 흐르듯 천하는 모두 그렇게 흘러가는 것인데, 누가 그것을 바꾸겠소? 또한 당신도 사람을 피해 다니는 사람을 따르는 것이 어찌 세상을 피해 사는 사람을 따르는 것만 하겠소?"
그는 뿌린 씨를 흙으로 덮으며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자로가 가서 그 일을 아뢰자, 공자께서는 실망스러운 듯이 말씀하셨다.
"짐승들과 더불어 한 무리를 이룰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이 세상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누구와 함께 하겠느냐?
천하에 도가 행해지고 있다면, 내가 관여하여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 長沮·桀溺(장저·걸익): 당시의 은자들로 본래의 성명은 알 수 없다.
- 沮(막을 저): 막다, 저지하다. (기가) 꺾이다. 새다, 누설하다.
- 桀(홰 걸/하왕 이름 걸): 홰(닭의 홰). 준걸, 뛰어난 인재. 하왕의 이름, 걸왕(桀王).
- 溺(빠질 닉(익), 오줌 뇨(요), 약할 약): (물에) 빠지다, 빠뜨리다.

* 耦而耕(우이경):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밭을 갈다. 耦耕(우경)은 고대의 밭갈이 방법으로 두 사람이 옆으로 서서 가는 방법이라는 설과 두 사람이 앞뒤로 서서 가는 방법이라는 설 등 여러 가지 이설이 있다.
- 耦(나란히 갈 우): 나란히 가다. 마주 서다. 짝짓다.

* 問津焉(문진언): 이들에게 나루터를 묻다.
- 津(나루 진): 나루, 나루터, 언덕, 물가. 연줄, 인연.
- 焉(언): 於是(어시)와 같으며 是(시)는 長沮(장저)·桀溺(걸닉)을 가리키는 지시대사.

* 夫執輿者爲誰(부집여자위수): 저 수레를 잡은 사람이 누구인가.
- 夫(부): 저. 원칭 지시대사.
- 執輿者(집여자): 수레를 끄는 말의 고삐를 잡고 있는 사람. 본래 자로가 고삐를 잡고 있었으나 나루터를 물으러 간 동안 공자가 대신 잡고 있었다.
- 爲(위): '~이다'라는 뜻의 동사.

* 是魯孔丘與(시로공구여): 노나라의 공구인가.
- 是(시): '~이다'라는 뜻의 동사.
- 與(여):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是也(시야): 그렇다.
- 是(시): 맞다, 그렇다.
- 也(야): 판단 또는 진술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是知津矣(시지진의): 이 사람이 틀림없이 나루터를 알 것이다. 천하를 주유한 사람이 길을 모를 리 없다고 공자를 비꼬아서 한 말이다.
- 矣(의): 필연의 결과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滔滔者, 天下皆是也(도도자, 천하개시야): 도도한 것이 온 천하가 다 이러하다.
- 滔滔者(도도자): (혼탁한) 물이 도도하게 흘러가는 것.
- 滔(물 넘칠 도): 물이 넘치다. 창일하다(漲溢--: 물이 불어 넘치다). 넓다, 광대하다.
- 是(시): 이러하다. 如是(여시)와 같다.

* 誰以(수이): 누구와 함께. 전치사 以(이)와 목적어 誰(수)가 도치된 것. 以(이)는 與(여)와 같다.

* 且而與其從辟人之士也, 豈若從辟世之士哉(차이여기종피인지사야, 기약종피세지사재): 또 당신이 사람을 피해 돌아다니는 인사를 따르는 것보다 세상을 피해 은거하는 사람을 따르는 것이 더 낫다.
- 而(이): 이인칭대사. 爾(이)와 같다.
- 與其(여기)~豈若(기약)~: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다'라는 뜻의 관용어. 與其(여기)는 與(여)로 쓰기도 하고 豈若(기약) 대신에 豈如(기여)·孰若(숙약)·孰如(숙여)·不若(불약)·不如(불여) 등을 쓸 수도 있다.
- 辟人之士(피인지사): 임금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이들을 피해 다니는 인사 즉 공자. 辟(피)는 避(피)와 같다.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 辟世之士(피세지사): 세상을 피해 숨어 사는 은자.
- 哉(재): 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耰而不輟(우이불철): 시를 흙으로 덮으며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 耰(곰방메 우): 곰방메로 흙을 쳐서 씨앗을 덮다.
- 輟(그칠 철): 그치다. 버리다. 깁다(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다).

* 子路行以告(자로행이고): 자로가 돌아가서 보고하다.
- 以(이): 순접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 而(이)와 같다.

* 憮然(무연): 실망한 모양. 멍한 모양.
- 憮(어루만질 무, 아리따울 후, 클 호): 어루만지다. 애무하다.

* 鳥獸不可與同群(조수불가여동군): 금수와는 같이 무리를 지을 수 없다.
- 與同群(여동군): 더불어 하나의 무리를 이루다, 함께 어울려 살다.  
- 與(여): 다음에 鳥獸(조수)를 가리키는 인칭대사가 생략되어 있다.

* 非斯人之徒與(비사인지도여): 이 사람들의 무리와 함께하지 않다. 非與斯人之徒(비여사인지도)가 도치된 것.
- 非(비): ~하지 않다. 不(불)과 같다.
- 斯人(사인): 이 세상 사람들.

* 丘不與易(구불여역): 구가 개역(改易)에 참여하지 않다.
- 丘(구): 공자의 자칭.
- 與易(여역): 관여하여 바꾸다. 세상을 바꾸는 데 함께 하다.
- 易(바꿀 역, 쉬울 이): 세상을 뒤바꾸어 바로잡다.

논어 제18편 미자 6장

# 논어집주 해석 

長沮와 桀溺이 함께 밭을 갈고 있었는데, 孔子께서 지나가실 적에 子路를 시켜 나루터를 묻게 하셨다.
長沮가 말하기를 “수레 고삐를 잡고 있는 분이 누구인가?” 하자, 子路가 “孔丘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가 “이 분이 魯나라의 孔丘인가?” 하고 다시 묻자,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하니, “이 분은 나루터를 알 것이다.” 하였다.
桀溺에게 묻자, 桀溺이 “당신은 누구인가?” 하고 물으니, 〈子路는〉 “仲由라 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는 “그대가 바로 魯나라 孔丘의 무리인가?” 하고 다시 물으니,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는 “滔滔한 것이 天下가 모두 이러하니, 누구와 더불어 변역(개혁)시키겠는가. 또 그대가 사람을 피하는 선비를 따르기보다는 세상을 피하는 선비를 따르는 것만 하겠는가?” 하고는 씨앗 덮는 일을 그치지 않았다.
子路가 돌아와 아뢰니, 夫子께서 〈한동안〉 憮然히 계시다가 말씀하셨다. “鳥獸와는 함께 무리지어 살 수 없으니, 내가 이 사람의 무리와(이 세상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고 누구와 함께 하겠는가. 天下에 道가 있다면 내 더불어 변역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長沮와 桀溺, 이 두 사람은 隱者(은자)이다. ‘耦(우)’는 함께 밭을 가는 것이다. 이때 공자께서 초나라에서 채나라로 돌아오시는 길이었다. ‘津(진)’은 물을 건너는 곳(나루터)이다.

‘執輿(집여)’는 고삐를 잡고 수레에 있는 것이다. 본래 자로가 御車(어차)하여 고삐를 잡았었는데, 지금 수레에서 내려 나루터를 묻기 때문에 夫子(부자)께서 대신 잡으신 것이다. ‘나루터를 안다.’는 것은 자주 周流(주류)하여 스스로 나루터를 앎을 말한 것이다.

‘滔滔(도도)’는 흘러가고 돌아오지 않는 뜻이다. ‘以(이)’는 與(여, 더불어)와 같다. 천하가 다 어지러우니, 장차 누구와 더불어 변역시키겠는가라는 말이다. ‘而(이)’는 너(그대)이다. ‘辟人(피인)’은 공자를 이르고, ‘辟世(피세)’는 걸닉이 자신을 이른 것이다. ‘耰(우)’는 씨앗을 덮는 것이다. 그 또한 나루터를 알려 주지 않은 것이다.

‘憮然(무연)’은 悵然(창연)과 같으니, 자신의 뜻을 깨닫지 못함을 애석해하신 것이다. ‘〈내가〉 함께 무리 지어 살아야 할 바는 이 세상 사람들뿐이니, 어찌 사람을 끊고 세상을 피하여 깨끗함으로 여길 수 있겠는가. 천하가 만약 이미 고르게 다스려졌다면 내가 변역시키려고 할 필요가 없으니, 바로 천하에 도가 없기 때문에 도로써 변역시키려고 할 뿐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정자(明道(명도))가 말씀하였다. “성인은 감히 천하를 잊는 마음을 두지 못하셨다. 그러므로 그 말씀이 이와 같은 것이다.”
장자가 말씀하였다. “성인의 인은 〈천하에〉 도가 없다고 하여 천하를 단정하여 버리시지 않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미자편 6장 (논어집주, 성백효)

[#412]논어 제18편 미자 6장: [『論語』, 김형찬 옮김, 홍익출판사]


공자가 초나라에서 채나라로 돌아오던 때의 일이다. 세상을 등지고 살던 장저와 걸익이 공자가 세속을 떠나 은거하지 않는다고 은근히 나무라는 투로 말하자 공자는 자기도 천하에 도가 있으면 그리할진대 천하에 도가 없으니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세상 사람들과 함께 살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도도하게 흘러가는 역사의 물결은 온 천하가 탁류처럼 혼돈과 어지러움 속에 돌아가고 있는 때에 무지하게 천하를 바꾸려 하다니... 나쁜 사람을 피해 다니는 공자보다는 장저와 걸익처럼 나쁜 세상을 피해 은자가 되어 사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자로를 종용하는 모습이다. 공자를 피인지사(나쁜 사람을 피해 다니는 선비)라고 일컬음은 공자가 등용되기를 애써 원하지만 그릇이 작은 못난 제후들과는 아예 손조차 잡지 않고 피하니 하는 말이다. 

공자는 사람이라면 새나 짐승처럼 한 곳에서 무리 지어 살 수 없으니 혼란스럽더라도 세상 사람들과 같이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낫다고 하였다. 천하에 도가 없는 세상을 살면서 내 맘만 편하고자 나 몰라라 하고 새나 짐승과 함께 숲에서 살아가는 너희들 은자보다는 실망스럽더라도 천하에 도를 깨우쳐 좋은 세상을 만들도록 할 것이라는 처연한 결단을 보여준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끊임없는 기대와 열망을 갖고 경주하고 있는 공자는 어딘가라도 자신의 정치철학을 이해하고 펼칠 수 있는 곳이 있으리라 굳게 믿으며 그렇게 약 14년간을 천하를 방랑하였다. 실패하고 실패하고 또 실망하고... 피인지사가 되지 말고 일단 등용을 받은 후에 세상을 바꿨더라면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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