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편 21장
宰我問 “三年之喪, 期已久矣.
재아문 삼년지상 기이구의
君子三年不爲禮, 禮必壞, 三年不爲樂, 樂必崩.
군자삼년불위례 예필괴 삼년불위락 악필붕
舊穀旣沒, 新穀旣升, 鑽燧改火, 期可已矣.”
구곡기몰 신곡기승 찬수개화 기가이의
子曰 “食夫稻, 衣夫錦, 於女安乎?”
자왈 식부도 의부금 어여안호
曰 “安.”
왈 안
“女安則爲之.
여안즉위지
夫君子之居喪, 食旨不甘, 聞樂不樂,
부군자지거상 식지불감 문악불락
居處不安, 故不爲也. 今女安則爲之.”
거처불안 고불위지 금여안즉위지
宰我出, 子曰 “予之不仁也!
재아출 자왈 여지불인야
子生三年, 然後免於父母之懷.
자생삼년 연후면어부모지회
夫三年之喪, 天下之通喪也.
부삼년지상 천하지통상야
予也有三年之愛於其父母乎?”
여야유삼년지애어기부모호
재아가 여쭈었다.
"삼 년상은 기간이 너무 깁니다. 군자가 삼 년동안 예(禮)를 행하지 않으면 예가 반드시 무너지고, 삼 년동안 음악을 하지 않으면 음악이 반드시 무너질 것입니다.
묵은 곡식은 다 없어지고 새 곡식이 등장하며, 불씨를 얻는 나무도 다시 처음의 나무로 돌아오니, 일 년이면 될 것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는 것이 너에게는 편안하냐?"
"편안합니다."
"네가 편안하다면 그렇게 하여라.
대체로 군자가 상을 치를 때는,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맛이 없고,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으며, 집에 있어도 편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네가 편안하다면 그렇게 하여라."
재아가 밖으로 나가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여(재아)는 인(仁)하지 못하구나!
자식은 태어나서 삼 년이 지난 연후에야 부모의 품에서 벗어난다.
대체로 삼 년상은 천하에 공통된 상례(喪禮)이다.
여도 그 부모에게서 삼 년간의 사랑을 받았겠지?"
* 宰我(재아): 춘추 말엽 노나라 사람. 공자의 제자. 공문십철의 한 사람. 이름은 여(予), 자는 자아(子我) 또는 재아(宰我). 자공과 함께 변론의 달인으로 평가받았고 가장 실리적인 인물이다. 예를 가볍게 여겨 공자에게 자주 꾸지람을 받았다.
- 宰(재상 재)
* 期已久(기이구): 기간이 너무 길다. 주희는 期를 1년으로 보아 '삼년상을 지내기는 하지만 일년상도 너무 길다'로 풀이하였다.
* 爲禮(위례): 예를 행하다.
- 爲(위): 행하다, 실천하다.
- 壞(무너질 괴, 앓을 회)
- 崩(무너질 붕)
* 舊穀旣沒(구곡기물): 옛 곡식은 이미 없어지다.
- 穀(곡식 곡, 어린아이 누)
- 升(되 승/오를 승): 등장하다.
* 鑽燧改火(찬수개화): 철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의 나무에 구멍을 뚫고 비벼서 새로이 불을 얻다.
鑽燧는 나무를 마찰시켜서 불을 얻는 것, 改火는 계절마다 마찰시키는 나무를 바꾸어서 불을 얻는 것. 즉 마찰시켜서 불을 얻는 나무도 1년이면 한 번씩 거쳐서 다시 처음의 나무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 鑽(뚫을 찬)
- 燧(부싯돌 수): 불을 얻는 나무. 봄에는 푸른색인 느릅나무와 버드나무, 여름에는 붉은색인 대추나무와 살구나무, 늦여름에는 노란색인 뽕나무와 산뽕나무, 가을에는 흰색인 떡갈나무와 졸참나무, 겨울에는 검은색인 홰나무와 박달나무를 써서 오행에 맞추었다.
* 期可已矣(기가이의): 일주기가 되면 (복 입기를) 그만둘 수 있다.
- 期(기): 일주기. 앞의 期(기)와는 다르다.
- 已(이): '그치다, 그만두다'라는 뜻의 동사.
- 矣(의): 단정적인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食夫稻(식부도): 쌀밥을 먹다.
- 夫(부): 모든. 일반적인 것을 가리키는 지시대사.
- 稻(벼 도): 벼. 여기서는 그것으로 만든 쌀밥을 가리킨다.
- 錦(비단 금)
* 女安則爲之(여안즉위지): 네가 편안하면 그것을 행하라.
- 女(여): 汝(여)와 같다.
- 之(지): 일주기가 되면 복 입기를 그만두는 일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 夫君子之居喪(부군자지거상): 무릇 군자가 상중에 있으면.
- 夫(부): 문장의 첫머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작용을 하는 어기조사. 다음에 오는 말이 일반적으로 그러하다는 어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 之(지): 주어와 술어 사이에 쓰여 주술구조로 하여금 독립성을 잃고 명사구 또는 절이 되게 하는 구조조사.
* 予之不仁也(여지불인야): 여의 어질지 못함이여.
- 予(여): 재아의 이름.
- 也(야): 감탄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予也有三年之愛於其父母乎(여야유삼년지애어기부모호): 여는 삼 년 동안의 그 부모에게 사랑받음이 있었는가.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 有(유): 동사로서 三年之愛於其父母(삼년지애어기부모)를 목적어로 취한다.
- 於(어): 피동문에서 동작의 주체를 표시하는 전치사.
# 논어집주 해석
宰我가 물었다. “3년의 喪은 期年만 하더라도 이미 오랩니다. 君子가 3년 동안 禮를 행하지 않으면 禮가 반드시 무너지고, 3년 동안 音樂을 익히지 않으면 音樂이 반드시 무너질 것입니다. 묵은 곡식이 이미 없어지고 새 곡식이 나오며 나무를 뚫어 불씨를 바꾸니, 1년이면 그칠 만합니다.”
孔子께서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는 것이 네 마음에 편안하냐?” 하시니, 〈宰我가〉 대답하기를 “편안합니다.” 하였다.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편안하거든 그리 하라. 君子가 居喪할 적에 맛있는 것을 먹어도 달지 않으며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으며 거처함에 편안하지 않다. 이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니, 이제 네가 편안하거든 그리 하라.”
宰我가 밖으로 나가자,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宰予의 仁하지 못함이여! 자식이 태어나서 3년이 된 뒤에야 부모의 품을 벗어난다. 3년의 喪은 천하의 공통된 喪이니, 宰予는 3년의 사랑이 그 父母에게 있었는가?”
‘期(기)’는 일주년이다.
居喪(거상)하여 〈예악을〉 익히지 않아서 〈예악이〉 무너질까 걱정한 것이다.
‘沒(몰)’은 다함이고 ‘升(승)’은 登(등, 오름)이다. ‘燧(수)’는 불씨를 취하는 나무이다. 불씨를 바꾼다는 것은 봄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의 불씨를 취하고, 여름에는 대추나무와 살구나무의 불씨를 취하고, 늦여름에는 뽕나무와 산뽕나무의 불씨를 취하고, 가을에는 떡갈나무와 종참나무의 불씨를 취하고, 겨울에는 회화나무와 박달나무의 불씨를 취하니, 이 또한 1년이면 한 바퀴 돈다. ‘已(이)’는 그침이다. 期年(기년)이 되면 하늘의 운행이 한 바퀴 돌고 時物(시물)이 모두 바뀌니, 喪(상)도 이에 이르면 그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윤 씨(尹焞(윤돈))가 말하였다.
“喪期(상기)를 단축하자는 말은 지극히 어리석은 자도 말하기를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宰我(재아)는 성인의 문하에서 직접 배운 자인데도 이것을 가지고 질문한 것은 마음에 의심나는 것이 있어서 감히 억지로 묻어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에 “부모의 상에는 殯(빈)을 한 뒤에 죽을 먹고 거친 衰服(쇠복)을 입으며, 장례한 뒤에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다소 고운 삼베로 만든 옷(상복)을 입으며, 1년이 지나 小祥(소상)이 되어야 비로소 나물과 과일을 먹고 練布(연포)로 만든 관을 쓰고 붉은 색으로 선두른 옷을 입으며, 首絰(수질)과 腰絰(요질)을 제거하지 않는다.” 하였으니, 쌀밥을 먹고 비단 옷을 입는 이치가 없는 것이다. 夫子(부자)께서는 재아가 자기 마음에 돌이켜 찾아서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고자 하셨다. 그러므로 이로써 물으신 것인데, 재아가 살피지 못하였다.
이는 夫子(부자)의 말씀이다. ‘旨(지)’ 또한 甘(감, 달다)의 뜻이다. 처음에 ‘네가 편안하거든 그리 하라.’고 말씀하신 것은 재아를 끊으신 말씀이요, 또 차마하지 못하는 단서를 말씀하여 재아의 불찰을 깨우쳐 주시고, 다시 ‘네가 편안하거든 그리 하라.’고 말씀하시어 깊이 꾸짖으신 것이다.
재아가 나가자, 夫子(부자)께서는 재아가 참으로 편안히 여길 만하다고 생각하여 마침내 행할까 걱정하셨다. 그러므로 그 근본을 깊이 찾아서 배척하신 것이니, 〈재아가〉 仁(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버이를 사랑하는데 박함이 이와 같다고 하신 것이다. ‘懷(회)’는 품이다. 또 군자가 어버이에게 차마하지 못하여 상을 반드시 3년 동안 하는 이유를 말씀하시어, 재아로 하여금 이 말을 듣고 혹시라도 자신에게 돌이켜 찾아서 끝내 그 본심을 얻게 하신 것이다.
범 씨(范祖禹(범조우))가 말하였다. “상은 비록 3년에 그치나 賢者(현자)의 마음은 다함이 없다. 다만 성인이 알맞은 제도를 만드시어 감히 이보다 지나칠 수 없게 하셨다. 이 때문에 반드시 굽혀서 나아가게 하는 것이요, 3년의 상이 어버이에게 충분히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이른바 ‘3년이 된 뒤에야 부모의 품을 벗어난다.’는 것은 다만 재아의 은혜 없음을 나무라셔서 발돋움하여 따라가게 하셨을 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양화편 21장 (논어집주, 성백효)
부모의 삼년상에 대한 공자와 재아의 논쟁에 관한 이야기다. 재아는 공자의 제자 중 공문십철의 한 사람으로 공자에게 말대꾸를 제일 많이 한 인물이다. 재아는 달변가로서 말이 많고 그러다 보니 공자의 눈에도 재아가 눈에 차질 않아 사사건건 꾸지람을 하였다. 수업시간에 낮잠을 자는 것을 보고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는 담을 쌓을 수 없다고 힐난하였다. 또 공자가 전에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하는 말만 듣고도 믿었는데 재아를 보니 말을 들어도 행동까지 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비난을 하였다.
공자는 말재주로 본질을 흐리고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이가 재아라고 하였다. 게다가 예와 덕을 중시하는 공자에게 부모 삼년상은 너무 길다고 불만을 토로했으니 얼마나 기절할 일인가. 재아는 일년이면 삼라만상 모든 것이 다 제자리로 돌아와 새로 시작하는데 삼년동안 상을 치르면 예나 악도 배우지 못하고 말 테니 그 기강이 무너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하였다. 아마도 재아는 허례허식과 형식을 싫어하고 자의식이 강한 사람으로 실리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현실주의자였을 것이다.
공자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 재아를 인(仁)이라고는 없는 불효막심한 인간으로 몰아갔다. 그저 삼년상을 지내기 싫어하는 재아의 핑계라고 생각하였다. 감히 예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공자에게 반기를 들다니 쫓겨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지 않은가. 공자에게 미운털이 굵게 박힌 재아였건만 그래도 뛰어난 공문십철 중에 한 사람이란 것이 의아스럽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것이 제자의 도리라고는 하나 제자가 새로운 의견을 말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 당시 주나라의 상례 등이 허례허식이 심하다는 반론이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삼 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시묘살이만 한다면 호구지책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삼년상이 군자들에게만 해당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공자는 삼년상이 천하에 공통된 상례라고 하였으니 먹고살기 힘든 백성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부모 삼년상은 권력자인 왕에게만 주어진 임무였고 혼란했던 춘추전국시대에는 제후들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례였다. 하지만 하대부를 지낸 공자는 삼년상을 공자의 제자들에게 강제적으로 지키라고 교육을 했으니(공자의 왕고집?) 오히려 재아의 반론이 합리적이며 논리가 확실한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