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편 19장
子曰 “予欲無言.”
자왈 여욕무언
子貢曰 “子如不言, 則小子何述焉?”
자공왈 자여불언 즉소자하술언
子曰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자왈 천하언재 사시행언 백물생언 천하언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말을 하지 않으련다."
자공이 말하였다. "선생님께서 만일 말을 하지 않으시면 저희들이 어떻게 선생님의 뜻을 따르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사계절이 운행하고 온갖 것들이 생겨나지만,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 予欲無言(여욕무언): 내가 말하지 않으려고 하다.
- 無(무): 不(불)과 같다.
- 述(펼 술): 펴다, (글을) 짓다. 서술하다. 말하다.
* 四時行焉(사시행언): 사시가 운행하다.
- 焉(언):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 논어집주 해석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말하지 않으려 하노라.”
子貢이 말하였다. “선생께서 만일 말씀하지 않으시면 저희들이 무엇을 전술하겠습니까.”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가? 〈그런데도〉 四時가 運行되고 온갖 물건이 生長하나니, 하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가?”
배우는 자들이 대부분 언어로써 성인을 관찰하고, 천리가 유행하는 실제는 말씀을 기다리지 않아도 드러나는 것을 살피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한갓 그 말씀만을 알고 말씀하신 이유를 알지 못하였다. 이 때문에 夫子(부자)께서 이것을 말씀하여 깨우쳐 주신 것이다.
자공이 바로 언어로써 성인을 관찰한 자이다. 그러므로 의심하여 물은 것이다.
四時(사시)가 운행되고 온갖 물건이 생장함은 天理(천리)가 發現(발현)하여 유행하는 실제 아님이 없으니, 말을 기다리지 않고도 볼 수 있다. 성인의 一動一靜(일동일정)은 오묘한 도와 정밀한 의리의 발현 아님이 없으니, 이 또한 하늘〔天(천)〕일 뿐이다. 어찌 말씀을 기다려 드러나겠는가. 이 또한 자공에게 열어 보여주시기를 간절히 하신 것인데, 자공이 끝내 깨닫지 못하였으니, 애석하다.
정자(明道(명도))가 말씀하였다. “공자의 도는 비유하면 日星(일성, 태양과 별)처럼 밝은데도 오히려 문인들이 다 깨닫지 못할까 걱정하셨다. 그러므로 ‘나는 말하지 않으려 하노라.’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만일 안자라면 묵묵히 알았을 것이요, 그 이외의 사람들은 의문을 면치 못하였다. 그러므로 〈자공이〉 ‘저희들이 어떻게 도를 전술하겠습니까?’ 하고 여쭈었는데, 공자께서 또 ‘하늘 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가? 〈그런데도〉 四時(사시)가 운행되고 온갖 물건이 생장한다.’라고 말씀해 주셨으니, 지극히 명백하다고 이를 만하다.”
내가 살펴보건대 이것은 전편의 ‘숨김이 없다〔無隱(무은)〕’는 뜻과 서로 발명되니, 배우는 자들은 자세히 살펴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양화편 19장 (논어집주, 성백효)
공자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말로만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본인의 가르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실망감을 보인 것일까?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뜻을 세상에 펼칠 수 없는 현실이 원망스럽고 제자들이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데서 오는 무력감이랄까.) 오로지 가르치는 것만 따라 하는 제자들에게 스스로 깨우쳐 보라는 말씀이다.
말을 해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보다는 스스로 깨닫고 느껴서 실천하는 것이 최고의 배움이다. 마치 하늘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사계절이 때에 맞춰 바뀌고 만물이 자연적으로 생기고 사라지거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공자의 교육관은 지금의 자기주도적 학습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스승의 입만 보고 따라서 읽고 베끼고 하는 고정 관념 속의 배움이 아니라 주어진 화두를 심사숙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성숙해지는 깨달음의 공부.
자공(이름은 단목사)은 언변이 탁월하고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총명하고 눈치 빠른 공자의 수제자였다. 그는 공자의 제자들 중 가장 부유하고 출세한 제자이며 뛰어난 외교술로 노나라와 위나라에서 높은 관직까지 오른 인물이다. 공자는 자공이 더이상 말로 하지 않아도 뜻을 깨우치고 스스로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자공은 질문도 많았고 궁금한 분야도 다양했다. 또 배운 것을 실천하고자 무던히 노력한 제자로써 성공한 인물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