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편 15장
子曰 “鄙夫可與事君也與哉?
자왈 비부가여사군야여재
其未得之也, 患得之, 旣得之, 患失之.
기미득지야 환득지 기득지 환실지
苟患失之, 無所不至矣.”
구환실지 부소부지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비루한 사람과 함께 임금을 섬길 수 있겠는가? 원하는 것을 아직 얻지 못했을 때는 얻으려고 근심하고, 이미 얻고 나서는 잃을까 근심을 한다. 진실로 잃을까 근심하게 되면 못하는 짓이 없게 된다."
* 鄙夫可與事君也與哉(비부가여사군야여재): 비루한 사람은 (그와) 함께 임금을 섬길 수 있는가.
- 鄙夫(비부): 비루한 사내, 도량이 좁고 이익을 탐하는 사람.
- 鄙(더러울 비/마을 비): 더럽다. 천하다. 속되다.
- 與事君(여사군): 함께 임금을 섬기다.
- 與(여): 다음에 목적어로서 鄙夫(비부)를 가리키는 인칭대사가 생략되어 있다.
- 也與(야여):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哉(재): 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也與哉(야여재)가 합쳐져서 반문의 어기를 표시한다.
* 其未得之也(기미득지야): 그가 아직 얻지 못하여서는.
- 其(기): 鄙夫(비부)를 가리키는 인칭대사.
- 之(지): 일반적인 사실·사물·사람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여기서는 관직이나 명예·권력 따위를 가리킨다.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 苟(진실로 구/구차할 구): 진실로. 다만, 단지(但只). 겨우, 간신히.
* 無所不至矣(무소부지의): 이르지 않는 데가 없게 되다.
- 所(소): 장소.
- 矣(의): ~하게 되다. 상황의 변화나 새로운 상황의 출현을 표시하는 어기조사.
# 논어집주 해석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비루한 사람과는 함께 임금을 섬길 수 있겠는가.
〈부귀를〉 얻기 전에는 얻을 것을 걱정하고, 이미 얻고 나서는 잃을 것을 걱정하나니, 만일 잃을 것을 걱정한다면 이르지 않는 바가(못하는 짓이) 없을 것이다.”
‘鄙夫(비부)’는 용렬하고 악하며 비루하고 졸렬한 자의 칭호이다.
작게는 등창을 빨고 치질을 핥는 것과 크게는 아비와 임금을 시해함이 모두 〈부귀를〉 잃을까 걱정하는 데서 생길 뿐이다.
하 씨(何晏(하안))가 말하였다.
“‘얻을 것을 걱정한다.’는 것은 얻지 못할까 걱정함을 이른다.”
호 씨(胡寅(호인))가 말하였다. “許昌(허창)의 靳裁之(근재지)가 말하기를 ‘선비의 등급이 대개 세 가지가 있으니, 도덕에 뜻을 둔 자는 공명이 그 마음을 얽맬 수 없고, 공명에 뜻을 둔 자는 부귀가 그 마음을 얽맬 수 없고, 부귀에만 뜻을 둘 뿐인 자는 못하는 짓이 없다.’ 하였으니, 부귀에 뜻을 둔다는 것은 바로 공자께서 말씀하신 비루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양화편 15장 (논어집주, 성백효)
용렬하고 비루한 자는 권력이나 부귀를 얻기 위해 윗사람에게 갖은 아첨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직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 속을 태우고 얻은 후에는 잃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한다. 만일 잃을 것을 걱정한다면 어떤 험한 짓도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이런 사람과는 함께 임금을 섬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연옹지치(吮癰舐痔, 고름을 입으로 빨고 항문을 혀로 핥는 일, 역겨운 일을 하면서까지 아첨을 하는 것을 의미)처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일단 얻으면 잃지 않기 위해서 걱정근심을 하면서 무슨 짓이든 가리지 않고 하는 비열한 자들에게 하는 말씀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일신상의 사리사욕과 그들이 속한 당을 위해 못하는 짓이 없게 되는 사람들과 어찌 함께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