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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필사

[#381]논어 제17편 양화 1장: 양화욕견공자 공자불견

by 스머프# 2024.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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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편 1장

陽貨欲見孔子, 孔子不見, 歸孔子豚. 
양화욕견공자    공자불견   귀공자돈
孔子時其亡也, 而往拜之, 遇諸塗. 
공자시기무야    이왕배지   우저도
謂孔子曰 “來! 予與爾言.” 
위공자왈    래   여여이언
曰 “懷其寶而迷其邦, 可謂仁乎?” 
왈    회기보이미기방    가위인호
曰 “不可.” “好從事而亟失時, 可謂知乎?” 
왈   불가     호종사이기실시    가위지호
曰 “不可.” “日月逝矣, 歲不我與.” 
왈    불가      일월서의   세불아여
孔子曰 “諾. 吾將仕矣.”
공자왈    낙   오장사의

양화가 공자를 뵙고자 하였으나 공자께서 만나 주시지 않자, 공자께 삶은 돼지를 선물로 보냈다.
공자께서는 그가 없는 때를 타서 사례하러 가시다가 길에서 그와 마주치셨다.
양화가 공자에게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제가 당신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양화가 이어서 말했다. "귀한 재주를 품고 있으면서도 자기 나라를 어지럽게 놓아둔다면 인(仁)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할 수 없지요."
"정치에 종사하기를 좋아하면서도 자주 때를 놓친다면 지혜롭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할 수 없지요."
"날과 달은 흘러가는 것이니, 세월은 나와 함께 있지를 않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알겠습니다. 나도 장차 벼슬을 할 것입니다."


* 陽貨(양화): 양호(陽虎). 계씨(季氏)의 가신으로 노(魯) 나라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그는 급기야 노나라의 정권을 찬탈하려고 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여 진(晉) 나라로 도망쳤다. 그는 공자를 만나고 싶어 했으나 공자가 그를 만나러 가지 않았기 때문에 공자에게 삶은 돼지 한 마리를 갖다 주어서 공자를 유인하려고 했다. 공자는 양호를 만나기는 싫었지만 선물에 대하여 답례를 하지 않을 수도 없어 일부러 그가 집에 없는 틈을 타서 그에게 인사를 갔는데 공교롭게도 돌아오는 길에 그와 마주치고 말았다.

* 歸孔子豚(귀공자돈): 공자에게 돼지를 보내다.
- 歸(귀): (선물을) 보내다. 饋(궤)와 같다.
- 豚(돼지 돈): 돼지, 새끼돼지. 자기 아들의 겸칭.

* 孔子時其亡也, 而往拜之(공자시기무야, 이왕배지): 공자가 그가 없을 때를 기다려 찾아가 감사드리다.
- 時其亡(시기무): 그가 집에 없을 때를 노리다.
- 時(시): 때를 기다리다. 기회를 엿보다. 伺(사)와 같다.
- 亡(망할 망, 없을 무): (자리에) 없다, 있지 않다.
- 往拜之(왕배지): 가서 절하다.
- 拜(사례할 배/절 배): 감사드리다.

* 遇諸塗(우저도): 그를 길에서 만나다.
- 遇(만날 우, 땅 이름 옹): 우연히 만나다, 조우하다.
- 諸(모두 제, 김치 저/어조사 저): 之於(지어)와 같다.
- 塗(칠할 도/길 도): 길. 途(도)와 같다.

* 予與爾言(여여이언): 내가 당신에게 이야기하다.
- 爾(이): 당신. 이인칭대사.

* 懷其寶(회기보): 자기의 귀한 재능을 품고 있다.

* 迷其邦(미기방): 그 나라가 미혹되도록 하다. 그 나라가 어지럽도록 놓아두다.

* 好從事(호종사): 정치에 종사하기를 좋아하다.

* 亟失時(기실시): 자주 때를 놓치다.
- 亟(빠를 극, 자주 기): 자주, 여러 번, 누차. 빠르다, 긴급하다.

* 日月逝(일월서): 날과 달이 가다. 시간이 흘러가다.
- 逝(갈 서): 가다, 지나가다. 죽다, 세상을 떠나다. 날다.

* 歲不我與(세불아여):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지 않다.
- 與(여): 기다리다.

- 諾(허락할 낙): 허락하다. 대답하다. 동의하다.

* 吾將仕矣(오장사의): 내가 장차 벼슬살이를 하겠다.
- 仕(섬길 사/벼슬 사): 섬기다, 종사하다. 벼슬하다. 살피다, 밝히다.
- 矣(의): 단정적인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논어 제17편 양화 1장

 # 논어집주 해석 

陽貨가 孔子를 만나고자 하였으나(孔子가 찾아와서 자신을 만나기를 원하였으나) 孔子께서 만나주지 않으시자, 陽貨가 孔子에게 삶은 돼지를 선물로 보내었는데, 孔子께서도 그가 없는 틈을 타서 사례하러 가셨다가 길에서 만나셨다.
陽貨가 孔子에게 말하기를 “이리 오시오. 내 그대와 말을 하겠소.” 하였다. 〈孔子가 다가가시자〉 “훌륭한 보배를 품고서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것을 仁이라고 할 수 있겠소?” 하니, 孔子께서 “할 수 없소.” 하셨다. 陽貨가 “從事하기를 좋아하면서 자주 때를 놓치는 것을 智라고 할 수 있겠소?” 하니, 孔子께서 “할 수 없소.” 하셨다. 陽貨가 “해와 달(세월)이 흘러가니, 세월은 나를 위하여 기다려 주지 않소.” 하니, 孔子께서 “알았소. 내 장차 벼슬을 할 것이오.” 하셨다.

陽貨(양화)는 계씨의 가신이니, 이름이 虎(호)이다. 일찍이 季桓子(계환자)를 가두고 國政(국정)을 전횡하였다. 그는 공자로 하여금 찾아와서 자신을 만나주기를 바랐으나 공자께서 가지 않으셨다. 양화는 禮(예)에 “大夫(대부)가 士(사)에게 선물을 하였는데 사가 자기 집에서 직접 받지 못하였으면 대부의 집에 찾아가 사례하여야 한다.” 하였으므로, 공자가 집에 없으신 것을 엿보고서 삶은 돼지를 선물하여 공자로 하여금 와서 사례하게 하여 공자를 만나보고자 한 것이다.

‘보배를 품고서 나라를 어지럽게 한다.’는 것은 도덕을 품고 감추어 나라의 迷亂(미란, 혼란)을 구원하지 않음을 이른다. ‘亟(극)’은 자주이다. ‘때를 놓친다.’는 것은 일의 기회에 미치지 못함을 이른다. ‘將(장)’은 장차 그렇게 하려고 하나 꼭 기필하지는 않는 말이다. 양화의 말은 모두 공자를 풍자하여 넌지시 공자로 하여금 속히 벼슬하게 하려고 한 것이니, 공자는 진실로 일찍이 이와 같지 않으셨고, 또한 벼슬하고자 하지 않은 것이 아니요 다만 양화에게 벼슬하지 않으셨을 뿐이다. 그러므로 다만 이치에 근거하여 대답하고 다시 그와 변론하지 않으시어 마치 그의 뜻을 깨닫지 못한 것처럼 하신 것이다.

 양화가 공자를 만나려고 한 것은 비록 좋은 뜻이었으나 공자로 하여금 자신을 도와 亂(난)을 일으키려는 데에 불과하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공자께서 만나주지 않은 것은 義(의)이고 찾아가서 절한 것은 禮(예)이며, 반드시 양화가 없는 틈을 타서 찾아간 것은 양화의 행동에 맞추고자 한 것이고, 길에서 만나 피하지 않은 것은 끝까지 끊지는 않으신 것이며, 질문에 따라서 대답한 것은 이치의 바름이고, 대답만 하고 변론하지 않은 것은 말씀이 공손하였으나 또한 굽히신 바가 없는 것이다.

양 씨(楊時(양시))가 말하였다. “揚雄(양웅)이 이르기를 ‘공자가 양화에 대해서 공경하지 않을 사람을 공경하셨으니, 이는 몸을 굽혀서 도를 펴려고 하신 것이다.’ 하였으니, 공자를 안 자가 아니다. 道(도)밖에 몸이 따로 없고 몸 밖에 도가 따로 없으니, 몸을 굽히고서 도를 펼 수 있다는 말을 나는 믿지 못하겠다.”
 
[네이버 지식백과] 양화편 1장 (논어집주, 성백효)

[#381]논어 제17편 양화 1장: [『論語』, 김형찬 옮김, 홍익출판사]


양화(양호)는 계씨가 노나라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당시의 계씨의 가신으로서 노나라의 국정을 좌지우지하였다. 급기야는 자신의 주군인 계환자를 배신하고 노나라의 정권을 찬탈하려다가 실패한 인물이다. 공자를 만나서 함께 도모하기를 원했지만 공자는 원만하게 거절의 뜻을 전하였다.

양화는 자기 뜻을 관철시키고자 은근히 공자에게 선물을 하였는데 공자가 집에 없었다. 공자는  그 시절의 예법대로 양화가 없는 틈을 타서 감사의 말을 전하러 가다가 도중에 양화와 마주쳐 나눈 이야기이다.  양화는 은유적으로 공자가 자기의 세력에 합류할 것을 권했다.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니 기회가 있을 때 자기의 세력에 합세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 고결한 공자가 뜻을 같이할 리가 없었다. 

공자는 등용이 된다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늘 말하였다. 공자가 원하는 세상은 덕치를 기본으로 한 태평성대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무도한 삼환 씨를 노나라로부터 축출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양화와의 만남을 피하고자 했으나 어쩔 수 없이 부딪치게 되어 일단은 부정하는 말을 하지 않고 때를 기다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양화는 정치에 등용되기를 갈망하고 있던 공자에게 선물까지 건네며 넌지시 벼슬길을 제안하지만 공자는 길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삼환 씨나 계씨를 배신하고 노나라의 정치를 전횡하는 양화나 그 나물의 그 밥이므로 흔들리지 않은 것이다. 공자는 적통이 아닌 양화 역시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그 자리에서 단언하지 않고 우회하여 언젠가는 나도 벼슬을 하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의롭지 않은 재물과 권력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자기 뜻을 관철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만큼 심지가 곧아야 한다. 세불아여(歲不我與). 세월은 나와 더불어 있지 않으니 시간을 아끼고 목표를 향해 매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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