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문 47장
闕黨童子將命. 或問之曰 “益者與?”
궐당동자장명 혹문지왈 익자여
子曰 “吾見其居於位也,
자왈 오견기거어위야
見其與先生幷行也.
견기여선생병행야
非求益者也, 欲速成者也.”
비구익자야 욕속성자야
궐당의 동자가 어른들의 심부름을 하고 있었는데, 아떤 사람이 여쭈었다.
"공부를 쌓아 나가는 아이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보니, 저 아이는 어른 자리에 앉고, 손윗사람과 나란히 걸어 다닙니다.
공부를 쌓아 나가려는 아이가 아니라 빠른 성취를 바라는 아이인 모양입니다."
* 闕黨童子將命(궐당동자장명): 궐당의 동자가 명령을 받들다.
- 闕黨(궐당): 지금의 산동성 곡부에 있는 공자의 고향 궐리(闕里).
- 闕(대궐 궐): 대궐, 인당(印堂: 양쪽 눈썹 사이), 양미간(兩眉間),
- 黨(무리 당, 성씨 장): 500호 되는 마을.
- 將命(장명): 손님이 왔을 때 손님과 주인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말을 전하는 심부름을 하다.
* 益者與(익자여): 정진하는 사람인가. 성장 가능성이 있겠는가.
- 益者(익자): 배워서 스스로의 공부를 쌓아 나가는 사람.
- 益(더할 익, 넘칠 일): (학덕을) 늘리다, 정진하다.
* 居於位(거어위): 어른 자리에 앉다. 심부름하는 동자는 서서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 예의인데 그 동자는 외람되게도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 居(거): 앉다.
* 與先生幷行(여선생병행): 연장자와 나란히 서서 걸어가다. 나이가 다섯 살 이상 차이가 나면 연소자는 연장자의 뒤에 약간 처져서 걸어가야 하는데 그 동자는 외람되게도 연장자와 나란히 걸어갔음을 지적한 것이다.
- 先生(선생): 먼저 난 사람, 즉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 幷(아우를 병): 아우르다, 하나로 되게 하다, 오로지하다(오직 한 곬으로 하다), 합하다.
* 求益者(구익자): 공부에 보탬이 되기를 구하는 사람.
* 欲速成者(욕속성자): 빠른 성취를 바라는 사람.
# 논어집주 해석
궐당은 黨(당, 행정구역 단위)의 이름이다. ‘童子(동자)’는 冠禮(관례)를 하지 않은 자의 칭호이다. ‘將命(장명)’은 손님과 주인의 말을 전달함을 이른다. 혹자는 이 동자가 학문에 進益(진익, 진전)이 있으므로 공자께서 그로 하여금 명령을 전달하게 하여 총애하신 것인가 하고 의심한 것이다.
예에 “동자는 〈자리 한가운데에 앉지 말고〉 마땅히 모퉁이에 앉고 뒤에서 수행해야 한다.” 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보건대 이 동자가 이 예를 따르지 않으니, 학문에 進益(진익)을 구하는 자가 아니요 다만 빨리 이루려고 하는 자일뿐이다.”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그에게 使令(사령)의 임무를 맡겨 어른과 어린이의 질서를 보고, 사양하고 공손한 용모를 익히게 한 것이니, 이는 그를 억제하여 가르친 것이요 총애하여 특별히 대우하신 것이 아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헌문편 47장 (논어집주, 성백효)
공자의 집이 있었던 노나라 곡부의 궐당(=궐리: 대궐문 아래의 마을)에서 한 동자(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아이)가 어른들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 아이는 어른들의 뒤에 따라가지도 않고, 서서 시중을 들어야 함에도 자리를 보전하고 앉아 있었다. 심부름을 하는 아이라면 제법 똑똑한 아이일 텐데 예법에 어긋나게 행동을 하자 사람들이 과연 저 아이가 배우고자 하는 총명하고 쓸만한 아이인지를 의심하여 물었다.
특별히 어른들의 심부름을 하게 된 아이로서는 기쁘기도 하고 그래서 약간 교만함에 들떠서 장유유서의 예의를 배웠음에도 실천을 하지 못해 생긴 해프닝이다. 공자는 이를 주시하였고 어린아이는 가운데 자리가 아니라 말단 끄트머리에 있어야 하며 어른들의 뒤에서 조금 떨어져서 공손하게 따라가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동자가 차근차근 배움을 쌓아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자 하는 자만과 치기를 염려하여 경계시킨 것이다. 장명(將命: 손님이 왔을 때 손님과 주인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말을 전하는 심부름을 하는 일)을 하는 동자가 자신이 발탁됨에 따른 공명심과 교만을 버리고 단계를 밟아 제대로 된 학문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훈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