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문 46장
原壤夷俟, 子曰 “幼而不孫弟, 長而無述焉,
원양이사 자왈 우이블손제 장이무술언
老而不死, 是爲賊.” 以杖叩其脛.
로이불사 시위적 이장고기경
원양이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공자께서 이를 보시고는 "어려서는 공손하게 어른 모실 줄도 모르고, 자라서는 남이 알아줄 만한 것도 없고, 늙어서는 죽지도 않으니, 이는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는 놈이다."라고 하시며, 지팡이로 그의 정강이를 내려치셨다.
* 原壤夷俟(원양이사): 원양이 쭈그리고 앉아서 (공자를) 기다리다.
- 原壤(원양): 노나라 사람. 공자와 잘 아는 사이로 예법을 도외시한 사람이었다. 원양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공자가 장례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그는 오히려 관에 올라가 노래를 불렀다고 전한다. (『禮記(예기)·檀弓(단궁)』 참조.)
- 夷(오랑캐 이):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벌린 채로 앉아 있는 것. 쭈그리고 앉다.
- 俟(기다릴 사, 성씨 기): 기다리다, 대기하다.
* 孫弟(손제): 다른 사람에게 겸손하고 윗사람에게 공경스럽다. 遜悌(손제)와 같다.
* 長而無述焉(장이무술언): 자라서 이야기할 것이 없다. 업적이 없음을 말한다.
- 述(펼 술): 펴다, (글을) 짓다. 서술하다(敍述--), 말하다. 일컬어지다, 칭송되다.
- 賊(도둑 적): 도둑, 도적(盜賊), 역적(逆賊), 재난(災難). 남을 해치는 사람
- 杖(지팡이 장): 지팡이, 몽둥이, 장형(杖刑: 죄인의 볼기를 큰 형장으로 치던 형벌).
- 叩(두드릴 고, 두드릴 구): 두드리다, 내려치다.
- 脛(정강이 경): 정강이(무릎 아래에서 앞 뼈가 있는 부분), (새나 짐승의) 다리.
# 논어집주 해석
原壤(원양)은 공자의 故人(고인, 친구)이니, 어머니가 죽었는데 노래를 불렀다. 이는 老子(노자)의 무리로서 스스로 예법의 밖에 방탕한 자이다.
‘夷(이)’는 걸터앉는 것이고 ‘俟(사)’는 기다림이니, 공자가 오는 것을 보고 걸터앉아서 기다림을 말한다. ‘述(술)’은 稱(칭, 칭찬)과 같다.
‘賊(적)’은 사람을 해치는 것의 명칭이니, 어려서부터 늙을 때까지 한 가지도 선한 實狀(실상)이 없고, 세상에 오래 살아서 한갓 常道(상도, 인륜)를 무너뜨리고 풍속을 어지럽히면 이는 바로 적일 뿐인 것이다.
‘脛(경)’은 발의 뼈(정강이)이다. 공자께서 이미 꾸짖으시고 인하여 끄시던 지팡이로 그의 정강이를 가볍게 쳐서 그로 하여금 걸터앉지 말게 하려는 것처럼 하신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헌문편 46장 (논어집주, 성백효)
원양의 모친상 때 공자가 장례를 도와주는 것(관을 짜는 일 等)으로 봐서 원양과 공자는 격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친한 친구로 보인다. 원양이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예의 없는 자세로 (원래부터 예의는 도외시하고 살았다고 함) 공자를 맞이하자 원양의 정강이를 막대기로 치면서 툭 던지듯이 하는 말씀이다.
어릴 때는 위아래 없이 버릇이 없더니 자라서는 제대로 하는 일 하나 없이 나이 들어 빨리 죽지도 않고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는 친구라는 말. 욕하는 것이 아닌 그만큼 친근하기 때문에 허물없이 유머러스하게 저런 말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공자가 일생을 살면서 도덕적인 예쁜 말만 하고 살진 않았을 터. 물론 이야기의 배경과 세상살이 은유에 따라서 해석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혹시 원양은 속세를 벗어난 해탈의 삶을 추구하는 은자가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모친상을 치를 때 관 위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하는 것으로 보면(세상의 상식과 비교할 때) 공자의 독설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에이, 천하에 예의 없고 쓸모없는 놈! 저런 것이 내 친구라니! 이렇게 말이다. 원양, 이 놈아! 예법을 따르지 않고 네 멋대로 사는 것은 인간의 도리를 도외시하는, 세상에 민폐를 끼치는 도적놈이 아니냐? 정감이 있는 꾸짖음이랄까?
사실 가까울수록 예의를 지켜야 관계가 오래간다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 그 나이에 맞는 나잇값을 해야 한다. 타인의 안목은 배려하지 않고 본인 편한 대로 철부지처럼 굴어봐야 손가락질만 받는다. 세월이 갈수록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겸손해야 하고 주위에 베풀 줄 아는 아량과 지혜를 쌓아가야 한다. 품격 있는 인생을 위하여 언제라도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로 살아가자. 물론 예의도 지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