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 5장
子曰 “誦詩三百, 授之以政, 不達;
자왈 송시삼백 수지이정 부달
使於四方, 不能專對, 雖多亦奚以爲?”
사어사방 불능전대 수다역해이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시경]의 시 삼백 편을 외운다 해도, 정치를 맡기면 잘 해내지 못하고,
사방에 사신으로 가서도 독자적으로 대응을 할 수 없다면,
비록 시를 많이 외운다고 하더라도 또한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誦詩三百(송시삼백): 『시경』의 시 삼백 편을 외우다. 『시경』은 모두 305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기 때문에 『시경』을 흔히 詩三百(시삼백)이라고 부른다.
- 誦(외울 송): 외우다, 암송하다, (풍악에 맞춰) 노래하다, 읊다, 읽다.
* 授之以政(수지이정): 그에게 정무를 주다.
- 以(이): 동작의 대상을 표시하는 전치사. 직접 목적어를 표시한다.
- 使(하여금 사/부릴 사, 보낼 시): 하여금, 가령, 만일, 부리다, 시키다.
* 不能專對(불능전대): 단독으로 응대하지 못하다. 대부가 다른 나라에 사신으로 나갈 때는 궁극적인 사명만 부여하고 구체적인 응대 방법은 일러주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본국 조정의 지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상황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여 임기응변해야 하는데 그것을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 雖多亦奚以爲(수다역해이위): (시를 외운 것이) 비록 많다고 한들 또 무슨 소용이 있는가.
- 奚以(해이): 어디에 쓰는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동사와 의문대사 목적어가 도치된 것이다.
- 奚(해): 어디. 장소를 묻는 의문대사.
- 以(이): 쓰다.
- 爲(위):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논어집주 해석
‘專(전)’은 홀로이다. 《詩經(시경)》의 詩(시)는 인정에 근본하고 사물의 이치를 다하여 풍속의 성쇠를 징험하고 정치의 잘잘못을 볼 수 있으며, 그 말(내용)이 온후하고 화평하여 풍자해서 깨우침에 뛰어나다. 그러므로 시를 외우는 자는 반드시 정치에 통달하고 말을 잘하는 것이다.
정자(伊川(이천))가 말씀하였다. “經書(경서)를 窮究(궁구)함은 장차 실용에 쓰려는 것이니, 세상에 시를 외우는 자들이 과연 정사에 종사하고 혼자서 처결할 수 있겠는가. 〈절대로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그가 배운 것은 章句(장구)의 지엽적인 것일 뿐이니, 이는 배우는 자들의 큰 병통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로편 5장 (논어집주, 성백효)
시(詩)는 사람과 만물의 설정을 그대로 담고 있으므로 시를 잘 알면 자연과 인간의 이치를 알 수 있다고 공자는 생각했다. 그러한 시들을 정리해 놓은 것이 바로 시경이고 모두 305편의 시가 있다. 시경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주초부터 춘추시대 초기까지) 시집으로 원래 3,000여 편이었던 것을 공자가 311편으로 간추렸고 오늘날 전하는 것은 305 편이다. 풍(風, 남녀 간의 정과 이별을 다룬 내용의 민요), 아(雅, 공식 연회에서 쓰는 의식가), 송(頌, 종묘의 제사에서 쓰이는 樂詩)으로 나누어진다.
수많은 시를 암송한다 해도 그것을 정치에 응용하지 못하고 또한 다른 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독단적으로 자기의 견해를 밝힐 수 없다면 아무리 시를 많이 외운 들 소용이 없다는 말씀이다. 시는 사람과 산천초목, 벌레, 짐승 등 온갖 것을 망라하는 언어이므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지식을 이해하고 실무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암송만 잘한다고 해서 만사형통한 것은 아니다.
程伊川(정이천)은 "경서를 연구하는 것은 실제에 쓰기 위해서다. 세상에 시를 암송하는 사람들이 과연 정치에 종사하거나 사신으로 보냈을 때 단독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가 배운 것은 문장의 말단일 뿐이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공자는 시는 감흥을 일으킬 수 있고, 세태를 살필 수 있고, 무리 지어 어울릴 수 있고, 원망할 수 있으며, 부모와 군주를 잘 섬길 수 있다고 하였다. 학문과 덕행의 필수과제로써 시를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고도 하였다. 암송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깊이 파고들어 세상일을 융통성 있게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고 학문이 실제 생활에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