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 22장
樊遲問仁, 子曰 “愛人.”
번지문인 자왈 애인
問知, 子曰 “知人.”
문지 자왈 지인
子曰 “擧直錯諸枉, 能使枉者直.”
자왈 거직조저왕 능사왕자직
樊遲退, 見子夏曰 “鄕也, 吾見於夫子而問知,
번지퇴 견자하왈 향야 오견어부자이문지
子曰 ‘擧直錯諸枉, 能使枉者直,’ 何謂也?”
자왈 거직조저왕 능사왕자직 하위야
子夏曰 “富哉, 言乎!
자하왈 부재 언호
舜有天下, 選於衆, 擧皐陶, 不仁者遠矣.
순유천하 선어중 거고요 불인자원의
湯有天下, 選於衆, 擧伊尹, 不仁者遠矣.”
탕유천하 선어중 거이윤 불인자원의
번지가 인(仁)에 대해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앎[知]에 대하여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번지가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바른 사람을 등용하여 그릇된 사람의 위에 두면, 그릇된 사람을 바르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번지가 물러 나와서 자하를 보고 말하였다. "조금 전에 제가 선생님을 뵙고 앎[知]에 대해 여쭈었더니, 선생님께서는 '바른 사람을 등용하여 그릇된 사람의 위에 두면, 그릇된 사람을 바르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무슨 뜻일까요?"
자하가 말하였다. "넉넉하도다, 말씀이시여! 순임금이 천하를 다스리실 때 여러 사람들 중에서 골라서 고요를 등용하시니 인하지 않은 사람이 멀리 사라졌고, 탕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는 여러 사람들 중에서 골라서 이윤을 등용하시니 인하지 않은 사람들이 멀리 사라졌지요."
* 樊遲(번지): 공자의 제자로 성은 樊(번), 이름이 수(須), 자가 자지(子遲). 노나라(제나라?) 출신. 공자보다 36세 연하로 공자의 수레를 몰았다. 지식을 탐구함에 있어 조금은 우둔하다고 공자는 평하였다. 번지가 농사짓는 방법을 문의하자, 스승 공자는 번지에게 군자의 길로 인도한다. 염구와 함께 계씨 밑에서 어린 나이에 벼슬을 하였다.
* 問知(문지): 지혜에 관하여 묻다.
- 知(지): 智(지)와 같다.
* 知人(지인): 사람을 알아보다. 훌륭한 사람을 알아보고 그 사람을 본보기로 내세워 대중을 선도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는 뜻이다.
* 擧直錯諸枉(거직조저왕): 곧은 것을 들어서 굽은 것 위에 놓다.
- 錯(둘 조): 두다, 놓다. 措(조)와 같다.
- 諸(저): 之於(지어)와 같다.
- 枉(굽을 왕): 굽다, 휘다, 굽히다, 복종하다, 사특하다.
* 鄕也(향야): 아까.
- 鄕(향): 접때, 지난번, 아까. 嚮(향)과 같다.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 何謂也(하위야): 무엇을 말하는가.
- 何謂(하위): 의문대사 목적어와 동사가 도치된 것.
- 也(야):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擧皐陶(거고요): 고요를 등용하다.
- 擧(들 거): 등용하다, 기용하다.
- 皐陶(고요): 순임금의 신하로 자가 정견(庭堅)이며, 법관의 수장인 사구(司寇)를 지냈는데 법의 집행이 공평하기로 유명하다. 동이족(東夷族)의 수령이었다는 설이 있다.
- 陶(질그릇 도, 사람 이름 요): 질그릇, 도공.
* 湯有天下(탕유천하): 탕임금이 천하를 소유하다.
- 湯(탕): 하나라의 폭군 걸왕(桀王)을 몰아내고 상(商) 나라 즉 은나라를 세운 임금.
- 湯(끓일 탕, 물 세차게 흐를 상, 해돋이 )
* 伊尹(이윤): 탕임금을 도와 하나라를 물리치고 상나라 즉 은나라의 기초를 다진 유명한 신하로 伊(이)는 그의 이름이고 尹(윤)은 관직 이름이다.
논어집주 해석
사람을 사랑함은 仁(인)의 베풂이요, 사람을 앎은 智(지)의 일이다.
증씨(曾幾(증기))가 말하였다.
“樊遲(번지)의 뜻은 사랑(仁(인))은 그 두루 하고자 하는데 지혜(智(지))는 선택함이 있다고 여겼다. 그러므로 두 가지가 서로 모순된다고 의심한 것이다.”
정직한 사람을 들어 쓰고 부정한 자를 버리는 것은 智(지)요, 부정한 자로 하여금 곧게 함은 仁(인)이다. 이와 같이 하면 이 두 가지가 서로 모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서로 쓰임이 되는 것이다.
樊遲(번지)는 夫子(부자)의 말씀을 오로지 智者(지자)의 일이라고 여겼고, 또 부정한 자로 하여금 곧게 하는 이치를 알지 못하였다.
富哉, 言乎(부재, 언호)! : 그 포함한 것이 넓어서 다만 智(지)를 말씀함에 그치지 않음을 감탄한 것이다.
伊尹(이윤)은 탕 임금의 정승이다. 不仁(불인)한 자가 멀어졌다는 것은 사람들이 모두 변화하여 仁(인)을 해서 不仁(불인)한 자가 있음을 볼 수 없어 멀리 사라진 것과 같음을 말하니, 이것이 이른바 ‘부정한 자로 하여금 곧게 한다.’는 것이다. 子夏(자하)는 夫子(부자)께서 인과 智(지)를 겸하여 말씀함을 알았던 것이다.
정자(伊川(이천))가 말씀하였다. “聖人(성인)의 말씀은 사람에 따라 변화해서 비록 淺近(천근)함이 있는 듯하나 그 포함한 것은 다하지 않음이 없음을 이 장에서 보면 알 수 있으니, 다른 사람의 말이, 천근함을 말하면 멂을 빠뜨리고 멂을 말하면 천근함을 알지 못하는 것과는 같지 않다.”
윤 씨(尹焞(윤돈))가 말하였다. “배우는 자들이 질문할 때에는 다만 그 말씀을 듣고자 할 뿐만 아니라 또 반드시 그 방법을 알려고 하였고, 다만 그 방법을 알고자 할 뿐만 아니라 또 반드시 그 일을 행하려고 하였다. 예컨대 樊遲(번지)가 仁(인)과 智(지)를 물었을 적에 夫子(부자)께서 말씀해 주기를 다하셨으나 번지는 통달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또다시 물었으나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였는데, 물러가서 子夏(자하)에게 물은 뒤에야 이것을 앎이 있었으니, 가령 깨닫지 못하였다면 반드시 장차 다시 물었을 것이다. 이미 스승에게 질문하고 또 벗에게 변론하였으니, 당시에 배우는 자들이 실제를 힘씀이 이와 같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안연편 22장 (논어집주, 성백효)
인(仁)과 지(知)에 대해 묻는 번지에게 공자가 번지의 눈높이에 맞춰, 인(仁) 은 사람을 사랑하고 지(知) 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대답을 하셨다. 하지만 번지가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자 공자는 다시 보충하여 곧은 사람을 등용하여 그릇된 자의 위에 두면 곧은 사람의 영향을 받아 굽은 사람을 바르게 만들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 설명도 번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모양으로 동문 중에서 학문이 뛰어났던 자하에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조언을 구하였다. 자하는 스승님이 아주 훌륭한 말씀을 해주셨다며 순임금과 탕임금이 천하를 다스리실 때 각각 어진 재상(고요와 이윤)을 등용했기 때문에 주위에 인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다고 비유를 들어 설명을 하였다. (번지가 알아들었을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을 내 몸처럼 아끼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위한다는 뜻이다. 즉 인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과 같다.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은 사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눈이 있다는 의미이다.
굽은 것 위에 평평한 것을 놓으면 아래에 있는 것은 시간이 지나가면 바르게 펴지기 마련이다. 주위에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그와 동화되어 훌륭한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가까이할 사람과 멀리 해야 할 사람을 구분할 줄 아는 밝은 눈을 가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