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13장
魯人爲長府, 閔子騫曰
노인위장부 민자건왈
“仍舊貫, 如之何? 何必改作?”
잉구관 여지하 하필개작
子曰 “夫人不言, 言必有中”
자왈 부인불언 언필유중
노나라 사람이 장부(長府)라는 창고를 다시 만들자, 민자건이 말하였다.
"옛 것을 그대로 쓰면 어떤가? 왜 꼭 다시 지어야만 하는가?"
이를 듣고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 사람은 말을 잘 안 하지만, 말을 하면 반드시 이치에 맞는다."
* 閔子騫(민자건): 공문십철 중 덕행으로 뛰어난 인물로 공자보다 15살 연하이. 학대하는 계모 슬하에서도 이복동생을 사랑하며 부모님께 효도를 하여 세상을 감복시켰다고 한다. 온화하고 신중하였으며 의로운 일에는 과감하게 앞장을 서고 권력과 출세를 거부하였다. 공자의 가르침과 명예를 지킨 인물.
* 魯人爲長府(노인위장부): 노나라 사람들이 장부를 짓다.
- 長府(장부): 창고의 이름. 노나라의 재화를 보관하는 창고.
- 爲(위): 만들다, 짓다.
* 仍舊貫如之何(잉구관여지하): 옛날의 관례를 따르는 것이 어떤가.
- 仍舊貫(잉구관): 옛 것을 따른다. 지난 옛 것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좋은 점을 받아들여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일을 추진하는 것.
- 仍(인할 잉): 따르다, 인습하다.
- 舊貫(구관): 옛날부터 존속해 온 관례. 여기서는 옛날부터 존속해온 물건 즉 長府(장부)를 가리킨다. 貫(관)은 慣(관)과 같다.
- 如之何(여지하): '어떠하다'라는 뜻의 관용어로서 술어 또는 부사어로 쓰인다. 如何(여하)·何如(하여)와 같다.
* 言必有中(언필유중): 말을 하면 반드시 합당함이 있다.
- 中(중): 합당하다.
논어집주 해석
‘長府(장부)’는 창고의 이름이니, 재화를 보관해 두는 곳을 府(부)라 한다. ‘爲(위)’는 아마도 고쳐 지은 것인 듯하다.
‘仍(잉)’은 따름이요, ‘貫(관)’은 일이다.
왕 씨(王安石(왕안석))가 말하였다.
“고쳐 짓는 것은 백성을 수고롭게 하고 재물을 손상시키니, 그만둘 수 있다면 옛 일을 그대로 따름이 좋음만 못하다.”
말을 망발하지 않고 말을 내면 반드시 이치에 맞음은 오직 덕이 있는 자만이 능하다.
평상시에는 온순하고 과묵한 민자건이지만 일단 말을 하면 이치에 맞는 말, 도리에 맞는 말만 한다고 공자가 칭찬하는 문장이다. 민자건은 당시 세도가인 계손씨로부터 비읍의 읍재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할 만큼 청렴하고 덕행에 뛰어났다. 공자도 그의 이름을 부를 때는 조심해서 불렀을 만큼 품성이 뛰어난 함부로 하기 어려운 제자였다.
잉구관이란 옛 것을 버리지 않고 좋은 점을 받아드려 쓰는 것을 의미한다. 장부는 노나라의 재화를 보관하는 창고였는데 헐어버리고 더 나은 창고를 지어서 부정축재를 하려는 것을 간파한 민자건의 일침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평소에는 별 말이 없는 사람이었으나 한 번 이야기하면 꼭 필요한 핵심만 짚어서 이치에 맞는 말만 하였다. 공자는 이를 꿰뚫어 보고 칭찬을 한 것이다.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품성과 인격을 알 수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고 말이 많으면 실언을 할 가능성이 많아진다(하지만,,,,,말하지 않으면 귀신도 모른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고,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 말은 씨가 되고, 씨앗은 뿌린 대로 거두게 되므로 신중하게 해야 한다. 말을 할 때는 진실하고 겸손하게, 말을 잘하기보다는 먼저 듣기를 잘해야 한다.
신의 있는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엔 신의가 없다.
착한 사람은 말에 능하지 않고, 말에 능한 사람은 착하지 않다. - 노자
남이 나를 속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남이 나를 믿지 않을까 걱정하지도 말자.
도리어 또한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 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