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당 16장
寢不尸, 居不容.
침불시 거불용
見齊衰者, 雖狎, 必變.
견자최자 수압 필변
見冕者與瞽者, 雖褻, 必以貌.
견면자여고자 수설 필이모
凶服者式之, 式負版者.
흉복자식지 식부판자
有盛饌, 必變色而作.
유성찬 필변색이작
迅雷風烈, 必變.
신뢰풍렬 필변
잠자리에서는 시체처럼 몸을 함부로 하여 눕지 않으셨고, 집에 계실 때에는 엄숙하지는 않으면서도 몸가짐을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상복입은 사람을 보시면 친한 사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낯빛을 바로 잡으셨고, 예복을 입은 사람과 장님을 만나시면 비록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낯빛을 달리 하셨다.
상복입은 사람에게는 수레 위에서도 예의를 표하셨고, 나라의 지도나 문서를 지고 가는 사람에게도 수레 위에서 예를 갖추셨다.
손님으로서 훌륭한 음식을 대접 받으시면 반드시 낯빛을 바로 잡으시고 일어서서 예를 표하셨다.
천둥이 심하게 치고 바람이 거세게 불면, 반드시 낯빛을 달리 하셨다.
* 寢不尸(침불시): 잘 때 (몸을) 시체처럼 (반듯하게) 펴지 않다.
- 尸(주검 시): '시체처럼 펴다'라는 뜻의 동사.
* 居不容(거불용): 집에 있을 때 모양을 내지 않다. 공자가 모양을 낸다는 것은 곧 근엄한 표정을 짓는 것을 말한다.
- 容(꾸밀 용): '꾸미다, 모양내다'라는 뜻의 동사.
* 齊衰(자최): 상복.
- 齊(상복 자), 衰(상복 최).
- 狎(익숙할 압/익숙할 합): 익숙하다, 희롱하다.
- 瞽(맹인 고): 맹인,악인(樂人), 북 치는 사람.
- 褻(더러울 설/평복 설) : 더럽다, 추찹하다, 음란하다.
* 必以貌(필이모): 반드시 (예의에 맞는) 용모를 갖추다.
- 以(이): 가지다, 지니다. 以(이)는 보통 수단이나 방법을 표시하는 전치사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貌(모) 뒤에 와야 할 동사가 생략됨으로써 동사적 용법으로 쓰인 것이다.
* 凶服者式之(흉복자식지): 상복을 입은 사람에게 수레의 앞턱가로나무를 잡고 윗몸을 굽혀 절을 하다.
- 式(식): 軾(식)과 같다.
- 之(지): 凶服者(흉복자)를 가리키는 인칭대사.
* 式負版者(식부판자): 국가의 도적(圖籍)을 짊어진 사람에게 절하다.
- 式(식): 軾(식)과 같다.
* 迅雷風烈(신뢰풍렬): 빠른 천둥이 치고 바람이 세차다.
- 迅(빠를 신): 빠르다, 신속하다.
- 雷(우레 뢰(뇌)): 우레(≒천둥), 천둥(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 현상), 큰소리의 형용(形容), 사나운 모양의 비유(比喩ㆍ譬喩)
논어집주 해석
‘尸(시)’는 우러러 누워서 죽은 사람과 같음을 이른다. ‘居(거)’는 집에 거처하는 것이고, ‘容(용)’은 容儀(용의, 모양을 꾸미는 것)이다.
범 씨(范祖禹(범조우))가 말하였다.
“‘寢不尸(침불시)’는 죽은 사람과 유사함을 싫어해서가 아니요, 惰慢(타만)한 기운을 몸에 베풀지 아니하여 비록 四體(사체, 사지)를 펴더라도 일찍이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다. ‘居不容(거부용)’은 태만히 하는 것이 아니요, 다만 제사를 받들거나 손님을 만날 때처럼 하지 않으셨을 뿐이니, 申申 · 夭夭(신신 · 요요)가 이것이다.”
‘狎(압)’은 평소에 親狎(친압, 절친)함을 이르고, ‘褻(설)’은 사석에서 만나봄을 이르고, ‘貌(모)’는 예모를 이른다. 나머지는 전편(<子罕(자한)>)에 보인다.
‘式(식)’은 수레 앞에 가로로 댄 나무이니, 공경할 대상이 있으면 몸을 굽혀 기대는 것이다. ‘負版(부판)’은 나라의 지도와 호적을 가진 자이다. 이 두 사람에게 式(식)함은 喪(상)이 있음을 슬퍼하고, 백성의 숫자를 중하게 여기신 것이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요 왕자가 하늘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周禮(주례)》에 “백성의 숫자를 왕에게 올리면 왕이 절하고 받는다.” 하였으니, 하물며 그 아랫사람이 감히 공경하지 않겠는가.
주인의 예를 공경한 것이요, 盛饌(성찬) 때문이 아니다.
‘迅(신)’은 빠름이요, ‘烈(열)’은 맹렬함이다. ‘반드시 낯빛을 변하신 것’은 하늘의 진노에 공경하신 것이다. 《禮記(예기)》〈玉藻(옥조)〉에 이르기를 “만일 빠른 바람과 빠른 우레와 폭우가 있거든 반드시 낯빛을 변하여 비록 밤중이라도 반드시 일어나서 의복을 입고 관을 쓰고 앉는다.” 하였다.
이 한 절은 공자께서 용모를 변하심을 기록한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향당편 15장 (논어집주, 성백효)
향당 16장은 공자의 다양한 일상생활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시체처럼 자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똑바로 천장을 향해 자는 것이 아닌 옆으로 자는 등의 잠자는 동안의 자세의 변동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왼쪽으로 자면 소화가 잘 된다는 것을 아시고 계셨는가? 아님 태아의 모양대로 구부린 자세로 자는 것이 평온하다는 것을 느끼셨을까? 건강한 사람은 잠잘 때 20-30번 정도 뒤척이면서 잠을 잔다고 한다. 공자는 건강한 수면자세를 이미 알고 계셨던 듯.
[*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몸을 옆으로 하고 다리를 구부려 자면 심기를 보호해 주고 잠에서 깨어 바로 다리를 뻗으면 정신이 흩어지지 않는다고 하고, 또한 다리를 쭉 뻗고 반듯하게 누워 자면 마귀와 도깨비가 범접하게 된다고 적혀 있다.]
집에서는 꾸미지 않고 편안한 복장이셨으나 항상 몸가짐을 바로 하셨고, 상복이나 예복을 입은 사람과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 앞에서는 예를 갖추어 경건한 태도로 엄숙한 표정을 지으셨다.
식(式)이란 수레 위에서 횡목(가로로 댄 나무막대기)에 손을 짚고 몸을 숙여하는 절을 말한다. 상복을 입은 사람이나 나라의 호적이나 지도를 지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수레 위일지라도 예를 갖춰 절을 하였다.
손님으로 음식 대접을 받으면 주인에게 경의를 표하고 감사히 먹겠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리고 천둥, 번개가 심할 때는 반드시 놀란 표정을 지으시어 하늘에 대한 경외심을 나타내셨다고 한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나, 무엇이든지 예의 바르게 행동하시는 공자는 성인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