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당 10장
鄕人飮酒, 杖者出, 斯出矣.
향인음주 장자출 사출의
鄕人儺, 朝服而立於阼階.
향인나 조복이립어조계
마을 사람들과 술을 마실 때에는, 지팡이를 짚으신 노인들이 나가시면 그 때야 나가셨다.
마을 사람들이 역귀(疫鬼)를 쫓는 나례(儺禮)를 행할 때면, 예복을 입고 동쪽 섬돌에 엄숙하게 서 계셨다.
* 鄕人飮酒(향인음주): 마을 사람들이 함께 술을 마시다. 즉 향음주례(鄕飮酒禮)를 거행하다.
향음주례란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술을 마시는 의례로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
여기서는 마을 즉 당(黨)의 수령인 당정(黨正)이 주관하여 매년 섣달의 납일(臘日)에 모든 신에게 지내는 제사인 납제(臘祭) 때의 향음주례를 말한다.
* 杖者出, 斯出矣(장자출, 사출의): 지팡이 짚은 사람이 나가면 (그제야 비로소) 나가다.
- 杖(지팡이 장)
• 斯(사): ~하면. 조건에 따른 결과를 표시하는 접속사. 원래 '이렇게 되면'이라는 뜻으로 문맥에 따라 '~하면 곧' 또는 '~하면 그제야'라는 어감 즉, 현대 중국어의 這就(저취) 또는 這才(저재)의 어감을 갖는다. 여기서는 후자에 속한다.
* 鄕人儺(향인나): 마을 사람들이 나례(儺禮)를 거행하다. 나례란 전염병을 퍼뜨리는 역귀(疫鬼)를 쫓아내기 위하여 연말에 거행하던 행사로 방상시(方相氏)의 가면을 쓰고 무서운 동작을 하여 역귀를 쫓아내는 시늉을 했다. 오늘날도 중국의 남방에는 이것이 발전한 나희(儺戱)라는 연극이 성행하고 있다.
- 儺(푸닥거리 나)
- 阼(동편 층계 조/뛸 조)
논어집주 해석
지팡이를 짚은 분은 노인이니, 60세가 되면 향당에서 지팡이를 짚는다. 노인이 나가기 전에는 감히 먼저 나가지 않으시고, 이미 나가면 감히 뒤에 남아 있지 않으신 것이다.
儺禮(나례)는 역귀를 쫓는 것이니, 《周禮(주례)》에 方相氏(방상씨)가 관장하였다. ‘阼階(조계)’는 동쪽 섬돌이다. 나례는 비록 고례(古禮)이나 놀이에 가까운데도 또한 조복(朝服)을 입고 임하신 것은 그 정성과 공경을 쓰지 않음이 없으신 것이다.
혹자는 말하였다.
“선조와 五祀(오사: 門(문) · 行(행) · 戶(호) · 竈(조) · 中霤(중류))의 神(신)을 놀라게 할까 두려워서 (그 신들이) 자신의 몸에 의지하여 편안하게 하고자 하신 것이다.”
이 한 절은 공자께서 향당에 거처하실 때의 일을 기록한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향당편 10장 (논어집주, 성백효)
나이가 들어 오십 세가 되면 집안에서, 육십 세는 고을에서, 칠십 세는 나라에서, 팔십 세는 조정에서 지팡이를 짚는다. 또한 90 세의 노인을 만나려면 천자라도 귀한 선물과 함께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하는 구절이 있다(예기, 내칙 편). 나이가 들어서 지팡이를 짚고 걷는 것도 법도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마을 사람들과 술을 마실 때 지팡이를 짚는 사람은 60세 이상이니 어른들을 공경하고 노인에 대한 예를 지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어야 식사를 할 수 있듯이 술자리를 파할 경우에도 역시 어르신이 먼저 일어나 나가셔야만이 나간다는 공경의 자세를 말하고 있다. 공자는 효는 덕의 근본이라 하여 노자안지(老者安之)를 생활 신조로 삼을마큼 노인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삶을 지향하였다.
공자는 평상 시 귀신의 여부를 정확히 규명하지는 않았으나 산 사람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피력하셨다. 그러나 역귀를 쫓는 무속의례인 나례의 경우에는 마을공동체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을 하여 관복인 조복을 입고 참석하셨으며, 예로써 조계 섬돌에 경건한 모습으로 서 계셨다 (조계란 조상의 위패를 모신 사당의 동쪽 섬돌을 말하며, 관혼상제 등의 의식을 치를 때는 이 섬돌에 올라가 손님을 맞이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