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당 8장
食不厭精, 膾不厭細.
사불염정 회불염세
食饐而餲, 魚餒而肉敗, 不食.
사의이애 어뇌이육패 불식
色惡不食, 臭惡不食.
색악불식 위악불식
失飪不食, 不時不食.
실임불식 불시불식
割不正不食, 不得其醬不食.
할부정불식 부득기장불식
肉雖多, 不使勝食氣.
육수다 불사승사기
惟酒無量, 不及亂.
유주무량 불급란
沽酒市脯不食.
고주시포불식
不撤薑食, 不多食.
불철강식 부다식
밥은 고운 쌀이라야 싫어하지 않으셨고, 회는 가늘게 썬 것이어야 싫어하지 않으셨다.
밥이 쉬어 맛이 변한 것과 생선이나 고기가 상한 것은 드시지 않으셨다.
빛깔이 나쁜 것도 안 드셨고, 냄새가 나쁜 것도 안 드셨다.
잘못 익힌 것도 안 드셨고, 제철이 아닌 음식도 안 드셨다.
썬 것이 반듯하지 않으면 안 드셨고. 간이 적절하게 들지 않은 것도 안 드셨다.
고기가 아무리 많아도 밥 생각을 잃을 정도로 드시지는 않으셨다.
술 만은 한정을 두지 않으셨으나, 품격을 어지럽힐 정도까지 이르시지는 않았다.
사 온 술과 사 온 육포는 드시지 않으셨다.
생강은 물리치지 않고 드셨으나 많이 드시지는 않으셨다.
* 食不厭精(사불염정): 밥은 잘 찧은 것을 싫어하지 않다. 밥이 정하면 사람을 자양한다.
- 食(밥 사): 밥.
- 厭(싫어할 염)
- 精(정): 쌀을 곱게 찧다, 정미하다.
* 膾不厭細(회불염세) : 소와 양과 어물의 날고기를 저며 썰어놓은 것을 膾(회)라 한다.
회가 거칠면 사람을 해칠 수 있다.
* 食饐而餲(사의이애): 밥이 쉬어서 냄새가 나고 맛이 변한 것. ‘饐(애)’는 밥이 습기와 열에 상한 것이고, ‘餲(애)’는 맛이 변한 것.
- 食(밥 사): 밥.
- 饐(쉴 의): 음식이 쉬어서 냄새가 나다.
- 餲(쉴 애): 음식이 쉬어서 맛이 변하다. 饐(의)와 餲(애)는 같은 것으로 정도의 차이가 약간 있을 뿐이다.
* 魚餒而肉敗(어뇌이육패): 물고기가 썩은 것과 육류가 썩은 것.
- 餒(썩을 뇌): 물고기가 썩다.
- 而(이): '~와'라는 뜻의 접속사. 與(여)와 같다.
- 敗(패할 패): 육류가 썩다.
* 失飪(실임): 익히는 데 있어서 적정선을 놓치다. 덜 익거나 너무 익은 것을 말한다. ‘飪(임)’은 烹調(팽조, 요리하고 간을 맞춤)와 生熟(생숙, 날 것과 익은 것)의 절도이다.
- 飪(익힐 임)
* 不時(불시): (오곡이 여물지 않은 것과 과일이 미숙한 따위이므로) 때가 아니다. 과일이나 곡식이 제대로 성숙하지 않아 해로울 가능성이 있음을 말한다. 아침·점심·저녁의 식사 시간이 아닌 경우라고 풀이하기도 하는데 음식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는 앞뒤의 문맥과 어울리지 않는다.
- 不(불): =非(비)
* 割不正不食(할부정불식) : 고기를 자른 것이 방정하지 않은 것을 먹지 않음은 잠깐이라도 바름에서 떠나지 않은 것이다.
- 漢(한) 나라 陸續(육속)의 어머니는 고기를 썰 적에 방정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파를 자를 때에 한 치를 한 도로 삼았으니, 그 자질이 아름다워 이와 은연중에 합한 것이다.
* 不得其醬(부득기장): 그것에 어울리는 장을 얻지 못하다. 예컨대 회를 먹을 때는 겨자를 푼 장이 필요한 것처럼 음식에 따라 각기 그것에 어울리는 장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그것이 없음을 말한다.
* 不使勝食氣(불사승사기): (고기 기운으로 하여금) 밥기운을 이기도록 하지 않다.
음식은 곡류를 위주로 한다. 그러므로 고기로 하여금 밥 기운을 이기게 하지 않은 것이다. 使(사) 다음에 肉(육)을 가리키는 인칭대사가 생략되어 있다.
* 惟酒無量, 不及亂(유주무량 불급란) : 술은 사람을 기쁘게〔合懽(합환)〕하므로 일정한 양을 정하지 않고, 다만 취하는 것을 절도로 삼아 어지러움에 이르지 않게 하신 것이다.
* 沽酒市脯不食(고주시포불식): (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 온 술과 사온 고기포는 먹지 않다.
‘沽(고)’와 ‘市(시)’는 모두 사는 것이다. 정결하지 못하여 혹 사람을 해칠까 두려워해서이니, 계강자의 약을 맛보지 않으신 것과 같은 뜻이다.
* 不撤薑食(불철강식): 생강을 곁들여 먹기를 그만두지 않다.
생강은 신명을 통하고 더러움과 악취를 제거한다. 그러므로 거두지 않으신 것이다. 적당하면 그치고, 탐하는 마음이 없으신 것이다.
祭於公, 不宿肉.
제어공 불숙육
祭肉不出三日, 出三日, 不食之矣.
제육불출삼일 출삼일 불식지의
食不語, 寢不言.
식불어 침불언
雖疏食菜羹, 瓜祭, 必齊如也.
수소사채갱 과제 필제여야
나라의 제사에서 받은 고기는 하룻밤을 묵히지 않으셨다.
다른 제사에서 나온 고기도 삼 일을 넘기지는 않으셨고, 삼 일을 넘기면 드시지 않으셨다.
식사하실 때에는 말씀이 없으셨고, 잠자리에서도 말씀이 없으셨다.
비록 거친 밥과 채소국이라도 반드시 고수레를 하셨는데, 언제나 엄숙하고 삼가는 모습이셨다.
* 祭於公, 不宿肉(제어공, 불숙육): 나라의 종묘에서 제사를 지낸 고기를 하룻밤 재우지 않다.
천자나 제후의 제사는 당일 아침에 희생을 잡아서 제사를 지내고 그다음 날 다시 역제(繹祭)를 지내야 제례 절차가 끝난다. 이때 제사에 사용한 고기를 참석자들에게 나누어주는데 고기가 이미 이틀이 지난 상태이므로 더 이상 둘 수가 없다.
* 寢不言(침불언): 누워 잘 때 말하지 않다. 語(어)는 남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담론 하는 것이고, 言(언)은 스스로 말하는 것으로 성질이 서로 다르지만 여기서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표현을 달리했다.
양 씨(楊時(양시))가 말하기를 “肺(폐)는 숨〔氣(기)〕의 주가 되어 소리가 여기에서 나오니, 잠을 자고 음식을 먹으면 숨이 막혀 통하지 않으므로 말을 하면 폐를 상할까 두려워해서이다.”라고 하였으니, 또한 통한다.
* 雖疏食菜羹, 瓜祭(수소사채갱, 과제): 비록 거친 밥과 나물국이라고 할지라도 간단하게 제사를 지내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식사를 하기 전에 항상 먼저 각종 음식을 조금씩 덜어서 식탁의 한 곳에 모아놓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 준 조상에게 간단하게 감사의 제사를 드렸다(고수레).
- 疏食(소사): 거친 밥, 질이 좋지 않은 밥. - 疏(소통할 소), 食(밥 사)
- 羹(국 갱/땅 이름 랑(낭))
- 瓜祭(과제): 일종의 고수레라고 할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이 첫 물의 오이(瓜, 오이 과)를 먹기 전에 먼저 그것을 먹을 수 있게 해 준 조상에게 드리는 감사의 제사. 여기서는 그처럼 간단하게 감사의 제사를 드린다는 뜻의 동사로 쓰였다.
* 齊如(제여): 엄숙하고 경건하다.
- 如(여): 형용사 접미사.
공자의 음식을 드시는 방법을 정리한 장이다.
정성스럽고, 예쁘고, 보기에 좋고 , 위생적이며, 과학적으로, 식탐 없이 절제하고, 건강에 유의하며 음식을 드신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옛날에도 73세 고령까지 오랫동안 사실 수 있었나 보다. 생강(탁한 기운을 제거하고 신명을 통하게 해 준다고 함)을 물리치지 않고 드셨다는 자체가 면역력이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미 알고 계셨던 듯.
다만 술은 공자의 주량이 엄청 커서인지 딱히 양을 정하지 않으셨다. 단지 너무 많이 마셔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을 정도까지 만으로 제한하셨다(아마도 말술이셨나 보다?).
고수레는 그 사람의 주변에 화복을 주는 신을 존경하고 신이 안전하게 지켜 줄 것을 기원하는 행위이다. 음식을 조금씩 떼어 밖으로 던지거나 어떤 장소에 올려두는데, 이는 처음 음식을 조리한 사람을 기리는 것이거나 또는 조상이나 귀신에게 약식으로 제사를 올리는 것이라 한다. 역시 예(禮)의 대가이신 공자!
지금은 바쁜 세상에 살다 보니 식사 중에라도 서로 대화의 장을 열어 말을 하면서 먹지만, 얼마 전만 해도 음식을 먹을 때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른들이 식사예절을 가르치신대로 입 꼭 다물고 조용히 밥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말을 하다 보면 침 튀기는 비위생적인 면과 혹시라도 목에 걸려 사래라도 들릴까 봐(건강 문제), 또는 복이 나간다고 하셨다.
가정이든 사회생활이든 식사예절은 중요하다. 손윗사람이 먼저 수저를 든 후에 먹기, 입을 꼭 다물고 씹기(쩝쩝, 후루룩 소리 내지 않기), 음식에 얼굴 가까이 대지 않고 먹기, 다 먹었다고 먼저 일어나지 않기, 다른 음식을 휘저어 먹지 않기(특히 국이나 찌개), 가능하면 말 삼가기(음식을 다 넘긴 후 말하기), 기침 ·트림 · 방귀 조심, 수저 동시에 잡고 쓰지 않기, 큰소리로 코 풀지 않기 등이 있다(나라마다 다른 예절도 있으니 주의.)
이 외에도 너무 많이 먹거나 식탐하지 않기, 젓가락으로 깨작대지 않기, 제 입에 맞는다고 그릇째 끌어다가 독식하지 않기 등. 꼴불견 식사예절은 금물.